[오!쎈 인터뷰①] ‘넥센 불펜기둥’ 이보근 “SK와 3차전, 내 인생경기였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11.15 06: 07

이보근(32·넥센)이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인생투’를 던졌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넥센의 2018시즌이었다. ‘홈런왕’ 박병호가 돌아와 타선에 힘을 실어줬다. ‘신인왕’ 이정후는 2년 차 징크스가 무색할 정도로 리그최고 타자로 성장했다. 반면 악재도 많았다. 이장석 전 대표의 선수뒷돈거래, 조상우와 박동원의 성폭행 혐의 등으로 팀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정규시즌을 75승 69패, 4위로 마친 넥센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를 10-6으로 꺾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위 한화를 4차전에서 5-2로 눌렀다. SK와 플레이오프 5차전, 9회초 박병호가 터트린 2점 동점홈런은 드라마였다. 넥센은 연장 10회 승부 끝에 ‘챔피언’ SK에게 10-11로 무릎을 꿇었다.

시즌을 마친 넥센 선수들의 소감은 어떨까. 불펜의 핵심요원으로 FA 자격을 획득한 이보근을 만나 한 해를 돌아봤다.
- 시즌을 마치고 어떻게 지냈나?
▲ 가장 노릇을 한다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들이 4살, 딸이 2살이다. 다행히 자주 못 보지만 날 좋아해준다. 영상통화하면 딸이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라는 광고가 있지 않나? 내가 원정을 일주일 가 있으면 우리 딸이 그랬다. 그래도 같이 있으면 좋아해준다.
- 가족들이 경기를 챙겨 보는지?
▲ 장인어른은 내가 점수를 줄 것 같다고 안 보신다. 와이프는 손을 움켜쥐고 기도하면서 야구를 본다. 장모님은 108배를 하신다. 내가 TV에 나오면 불경을 읽으시면서 절을 하신다. 아이들은 좋아한다.
특히 장모님이 아이들 키우는데 도움을 많이 주셨다. 시즌 때 집에 올라와계시면서 내가 야구에만 전념하게 해주셨다. 장인어른은 첫 째 등하교까지 책임지셨다. 둘째 딸에게 장모님이 어머니 역할을 해주셨다. 늘 감사했다.
물론 와이프도 고생을 많이 했다. 와이프를 만나고 내 인생이 바뀌었다. 처음 만났을 때 보잘 것 없는 2군 선수였는데 날 믿고 여기까지 와줬다.
-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명승부를 펼쳤다. 한국시리즈에 못 가서 아쉬웠을 텐데?
▲ 아쉽다. 아직도 5차전이 생각한다. 우리 가족들도 5차전만 생각한다. 생각 안하려 해도 생각이 난다. 여러 가지로 아쉽다. 뭐든지 지고 나면 아쉽다. 2004년 현대가 우승하고 다음에 내가 프로에 입단했다. 프로에 와서 아직 한 번도 우승을 못해봤다. 우승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 결과적으로 넥센을 꺾은 SK가 최종우승을 차지했다. SK의 우승을 예상했나?
▲ 우승은 누가하든 축하할 일이다. SK는 홈런을 많이 치는 팀이다. SK구장이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SK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우승을 했으니까. 우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넥센이 올라갔다면 와일드카드부터 해서 체력적인 부분은 힘들었겠지만 (두산과) 해볼만 했을 것이다. 단기전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재밌게 했을 것이다.
- 5차전 패배 후 팀내 분위기는 어땠나?
▲ 4차전 끝나고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박병호의 홈런은 많은 이의 눈물샘을 훔치지 않았을까. 하하. 난 신재영을 응원하고 있었다. 9회말에 던져야 하니까. 재영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 포스트시즌 등판이 긴장되지는 않았는지?
▲ 생각보다 큰 경기라서 긴장은 크게 안됐다. 보너스 게임이란 생각도 있어서 긴장은 안됐다. 포스트시즌 8경기에 나오면서 긴장은 안했던 것 같다.
- 와일드카드부터 시작해서 플레이오프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다.
▲ 재밌었다. 하면서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계속 이겼다. (한화와)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데 이겼다. 이기면 재밌고 지면 스트레스 받는다.
- 한화와 준플레이오프에서 3경기에 등판해 3⅓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2홀드로 매우 잘했는데?
▲ 동점을 허용하지 않아 위안을 삼고 있다. 하하. 안우진과 임병욱이 다했다. 우진이한테 SK랑 하면서 ‘너 때문에 하고 있다’고 했다. 2,4차전 안우진이 구해낸 시리즈였다.
- SK와 플레이오프 4경기에 등판해 3경기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 3차전 기억이 많이 남는다. 김강민 형에게 내야안타를 맞았다. 도루를 하고 아웃됐는데 비디오 판독으로 번복됐다. 3연속 삼진 기억에 남는다.
- 3차전 한동민, 제이미 로맥, 최정을 연속 3삼진으로 잡고 했던 어퍼컷 세리머니가 화제가 됐다.
▲ 올라가기 전까지 긴장이 안됐는데 무사 2루라 ‘오늘 지면 끝난다’고 생각하니 그 때는 좀 긴장됐다. 그 때 잡은 3K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 야구인생에서 손에 꼽을 경기였다.
- 4차전에 2실점했지만 팀이 이겼다.
▲ (김)혜성이가 에러를 해서 내가 거의 살려 놨다. 하하. 주자 1루에 한동민이 쳤을 때 맞자마자 ‘차라리 넘어가라’고 했다. 주자가 깔려서 힘든 것보다 차라리 (홈런으로) 2점을 주고 내 뒤에 김상수가 있으니까 ‘넘어가라’고 했었다. / jasonseo34@osen.co.kr
②부에서는 FA가 된 이보근의 솔직한 심정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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