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올 시즌 8위로 시즌을 마쳤다. 류중일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첫 해, 다사다난한 시즌을 보냈다. 전반기 4위에서 후반기 8위로 추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류중일 감독이 올해 보여준 LG 야구는 시즌 120경기까지는 5강권이었다가 마지막 20경기 남짓 남겨두고 급격하게 팀이 흔들렸다. 핵심 선수(김현수)의 치명적인 부상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선수단의 체력 문제가 드러났다.
류중일 감독은 올해 '주전 야구'로 논쟁을 가져왔다. 류중일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포지션별 주전을 확정했고, 백업 요원과 스페셜리스트를 결정했다.

젊은 선수들이 주전으로 자리잡게 신뢰를 주면서 긍정적인 효과는 있었다. 들쭉날쭉한 출장에 대한 부담감 대신 안정적인 컨디션 조절, 자신만이 루틴을 갖춰 주전으로 중용된 젊은 타자들은 부쩍 성장했다. 전반기 LG가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이기도 했다.
시즌 초반 4월 한 달 동안 안익훈(중견수)과 강승호(2루수)가 부진하자 주전이 이형종(중견수)과 정주현(2루수)으로 바뀌었다. 가르시아(3루수)의 장기 부상으로 양석환이 1루에서 3루로 옮겨가면서, 김현수가 좌익수와 1루수 출장을 번갈아 했다.
그런데 144경기 시즌을 치르면서 주전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짧지 않은 슬럼프가 있어도 주전 교체는 드물었다. 유강남(5월 타율 1할7푼1리), 박용택(5월 첫 20경기 타율 2할1푼5리)이 한 달 가량 부진해도 계속 주전 포수와 붙박이 지명타자로 기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시즌 최종 성적을 보면 박용택은 10년 연속 3할 타율에 성공했고, 유강남은 2할9푼6리 19홈런 OPS .860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그러나 안 좋은 시기에 주전에 대한 무한 신뢰보다는 백업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팀 전체 경기력을 끌어올렸더라면 아쉬움은 있다.
또 주전들이 교체없이 경기 막판까지도 거의 모든 이닝을 소화하면서, 여름 무더위와 시즌 막판 체력 문제와 연결됐다. 오지환은 1198⅔이닝으로 전체 4위, 내야수 1위다. 채은성은 1147⅔이닝으로 전체 8위이자 외야수 6위다.
9월초 김현수는 1루수로 뛰다 발목 부상을 당했다. 부상 전까지 117경기 전 경기 출장했고, 지명타자 1경기를 제외하고 116경기에서 971이닝을 뛰었다. 좌익수와 1루수를 번갈아 뛰며 팀 수비이닝의 94%를 출장했다. 결국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돌아와 곧바로 출장하다 부상 악재가 생겼다.
수비 부담이 가장 큰 오지환은 7~8월 무더위에 가장 부진했다. 전반기 많은 이닝을 소화한 윌슨과 소사는 중요한 후반기 잔부상으로 한동안 엔트리에서 빠져야 했다. 7월말 폭염 경보와 함께 LG는 연패 늪에 빠지면서 급추락했다. '쓸 선수만 쓰는' 주전 야구를 되짚어 봐야 한다.
이는 LG의 뎁스가 풍부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내야 포지션은 선의의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툭 튀어나오는 선수가 안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선수가 없다는 한탄을 할 것이 아니라 백업의 실력을 주전에 가깝게 끌어올려야 한다. 2군에만 박아둘 것이 아니라, 시즌을 치르며 짧게 짧게 1군 무대에 올려서 기회를 주는 방법도 있다. 수 년째 정체된 선수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 얼굴에 기회를 줘야 한다.
류중일 감독은 현재 진행 중인 고치 마무리캠프에서 백업과 1.5군 선수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