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리포트] ‘첨단 장비 도입’ SK, 발전의 몸부림 계속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1.19 09: 46

“10시 48분 방향에서 스핀이 돌고 있고, RPM은 2400입니다”
SK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선수들의 ‘친구’가 등장했다. 무뚝뚝하게 서 있을 뿐이지만, 제법 똑똑한 친구다. 불펜피칭에 임하는 투수들을 매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선수들의 투구 하나하나가 이 친구의 눈을 통해 모두 분석된다. 기본적인 구속은 물론 공의 회전수, 그리고 공의 궤적과 회전의 방향까지 모두 한 번에 집계된다. 50개의 불펜 피칭을 마치자 제법 근사한 데이터가 종합돼 태블릿 PC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최근 메이저리그(MLB)의 트렌드는 영상 분석이다. 선수들은 자신의 투구가 끝난 뒤, 혹은 투구 중에도 언제든지 자신의 투구 세부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MLB에서는 이런 데이터에 영감을 받아 투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스토리가 빈번하게 쏟아진다. SK도 이 분석의 틀이 되는 ‘랩소도 시스템’을 도입했다. 첨단 레이더 장비다.

국내 최초 도입은 아니지만 대중화된 장비도 아니다. 없는 팀이 훨씬 더 많다. 해외 사례를 통해 이 시스템의 효용을 확인한 SK도 시즌 중반 이 장비를 3대 구입하기로 결정해 이번 마무리캠프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장비의 도입을 주도한 류선규 전략육성팀장은 “1군은 물론 퓨처스팀(2군)과 스카우트팀에서 쓸 생각으로 3대를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수집된 데이터는 선수들의 기량과 보완점을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평상시보다 릴리스포인트가 떨어져 있다면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조짐으로 해석 가능하다. 예전에는 막연한 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실시간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쌓으니 코칭스태프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각자 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 치열한 공부가 이어지고 있다.
이 장비를 통해 선수들을 분석하는 전략육성팀 박윤성 매니저는 “찍어 두기만 하면 자료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선수가 투구 중 바로 확인할 수도 있다. 자동적으로 데이터가 정리되기 때문에 사람이 할 일을 많이 줄여준다”면서 “MLB의 경우는 선수들이 불펜피칭을 할 때 아예 두 개의 모니터를 뒤에 세워놓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팀도 있다. 우리도 차근차근 보완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자세도 달라졌다. 키킹 동작을 바꾸는 폼 교정에 임한 조성훈은 불펜투구 후 이 데이터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자신의 과정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체계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조성훈은 “분당회전수가 2400 정도까지 나왔는데, 이는 MLB 평균을 넘어선다. 메이저리그의 대투수인 저스틴 벌랜더(휴스턴)도 이 장비로 측정했을 때 2500 정도였다”는 박 매니저의 말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SK는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고, 외부 영입 없이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그 가치가 가능한 명제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랩소도 시스템’ 도입도 팀의 부족한 것을 깨닫는 치열한 노력에서 시작됐다. 장기적인 롱런 프로젝트 중 일부분인 이 시스템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SK의 자세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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