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진(21·SK)은 퓨처스팀(2군)에서 공인하는 타격 재능이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노력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요소가 곳곳에서 번뜩인다.
그러나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입단 초기에는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렸다. 올해를 앞두고 퓨처스팀 전지훈련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구단 관계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퓨처스리그 59경기에서 타율은 2할8푼2리, 5홈런, 28타점에 머물렀다. 3년차 선수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하성진이라는 점에서 이를 좋은 성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하성진의 타격에 대한 SK의 기대감이 컸다.
한편으로는 하성진의 장점이 사라졌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성진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눈을 가진 선수다. 방망이 궤도도 아주 좋다. 말 그대로 아주 예쁜 스윙이고 타구질이 좋다. 청소년대표팀에서 핵심 타자로 활약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스윙이 커져 있었다. 가장 큰 장점이었던 선구안과 정확성이 줄어들었는데 그렇다고 공이 멀리 뻗어나간 것도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시즌을 보낸 셈이다. 그 와중에 출루율이 3할8푼9리였으니 기본 재능은 실감할 수 있다.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하성진은 이에 대해 “올해는 장타 욕심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성진은 “포지션이 1루나 지명타자, 혹은 외야밖에 없었다. 외야나 1루에서는 장타력이 뛰어나야 경쟁력이 생긴다”면서 “장타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겼고, 그러다보니 스윙이 많이 커졌다”고 떠올렸다. 어쩌면 김현수(LG)와 비슷한 유형의 재능이, 박병호(넥센)의 장점에 욕심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것이 확실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리한 시도였고, 결과적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었다. 하성진도 다시 원래의 자신의 모습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하성진은 “오기 전에 마음가짐을 많이 바꿨다. 욕심도 많이 버렸다”면서 “이번 캠프에서는 스윙을 최대한 간결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군에서부터 자신을 지도한 김무관 백재호 1군 타격코치와 폼을 가다듬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성진은 “방망이를 칠 때 헤드가 앞으로 나가는 것을 중점으로 고치고 있다”면서 “이대호 선배님처럼 치는 것도 연습하고 있다. 이 경우 스윙이 뒤로 돌지 않고 앞으로 나올 수 있다. 공을 더 오래 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직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시간이 더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성진은 빠른 선수는 아니고 교통사고 여파로 주력에서 점수가 더 깎였다. 다만 3~4발 움직임은 아주 재빠르다는 평가다. 고교 시절 최고 1루수 수비를 뽐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비가 나쁘지 않은 가운데 타격만 어느 정도 뒷받침되면 1군 진입도 가능한 선수다. SK에 중장거리 좌타 선수가 그다지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성진이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것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다.
하성진도 내년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1년의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내년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성진은 “어쩌다보니 1군 캠프에 오게 됐는데 내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군 문제도 걸려 있다”면서 1군 데뷔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다시 원래 궤도로 돌아온 하성진이 자신의 장점을 1군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