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들 누른 신입생’ 프로는 이정현이 가야겠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11.20 06: 11

나이는 중요치 않다. 실력만 봤을 때 프로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이정현(19·연세대)이다.
연세대는 19일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개최된 '2018시즌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맞수 고려대를 78-69로 제압했다. 연세대는 20일 신촌 홈구장에서 개최되는 2차전에서 승리하면 2승 무패로 대학농구리그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매년 고교농구 최고 유망주를 양분해서 스카우트하는 농구명문이다. 두 학교가 맞붙은 경기에서 가장 잘한 선수는 대학최고선수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선수가 있다. 바로 연세대 1학년 이정현이다.

KBL은 19일 신인드래프트 순위 추첨식을 가졌다. KT, KGC, 모비스가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각 팀들은 대학농구 ‘빅3’로 불리는 변준형(동국대), 전현우(고려대), 박준영(고려대)을 지명할 것이 매우 유력하다. 같은 날 고려대에서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이 열렸다. 프로무대 데뷔를 앞둔 선수들의 실력점검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정작 경기장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연세대 이정현이었다. 고려대는 후반전 하윤기와 박정현 트윈타워도 모자라 박준영까지 동시 투입하는 트리플포스트를 가동했다. 포스트에 강점이 있었지만, 공수전환이 느린 약점도 뚜렷했다. 하윤기, 박정현, 박준영 모두 대학무대서도 확실하게 1대1로 득점할 수 있는 개인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들은 체력이 달려 기본적인 공수전환이 되지 않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나마 박준영은 17분을 뛰면서 9점, 4리바운드를 했다. 전현우는 프로데뷔를 앞둔 마지막 쇼케이스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뛰지 못했다.
고려대의 장신숲을 마음껏 파고들어 득점한 선수는 바로 이정현이었다. 상대가 백코트를 하기도 전에 파고들어 올려놓는 그의 재빠른 레이업슛은 마치 중앙대시절 김선형을 연상시켰다. 몸이 좋은 이정현은 신체접촉을 두려워하지 않고 슈팅균형을 유지했다. 공격자 파울을 유도하는 박정현을 유로스텝으로 제친 뒤 올려놓은 이정현의 레이업슛은 이날의 백미였다. 스크린을 타고 돌아 나와 던지는 풀업 점프슛도 훌륭했다. 고려대의 지역방어를 보기 좋게 깨뜨렸다.
이 정도 개인기라면 외국선수가 있는 프로에서도 이정현을 막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프로에서 충분히 통할만한 능력이다. 후반에만 19점을 몰아친 이정현은 총 33점, 3점슛 3개, 6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슛, 1스틸을 기록했다. 박지원까지 17점을 더한 연세대는 가드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물론 상대 센터진을 1대1로 잘 막아낸 김경원, 한승희, 양재혁의 보이지 않는 공로도 컸다.
경기 후 은희석 감독은 “이정현의 컨디션이 좋았다. 정기전 후 슬럼프가 왔는데 이겨내고 성장하고 있다. 대학농구에 빠르게 적응한 점은 칭찬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정현은 “감독님이 ‘블록슛을 당할 수도 있지만 위축되지 않고 두드려야 열린다’고 말씀하셨다. 3학년 형들이 많이 이끌어주신다. 2차전이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개인기 비결에 대해 그는 “평소 NBA 영상을 보면서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켐바 워커의 영상을 많이 본다”고 답했다.
올해 드래프트 ‘빅3’로 불리는 박준영과 전현우는 대학농구리그 챔프전에서 활약이 미비하다. 고려대 역시 2학년 김진영이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당장 실력만으로 프로에 가야 한다면 단연 이정현이 1순위로 뽑히지 않을까.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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