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징계 받은 MVP, 전례없는 한미일 야구 최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11.20 06: 03

예상대로 2018 KBO MVP는 김재환(30·두산)이었다. 예상대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7년 전 금지약물 복용 경력 때문이다. 
김재환은 지난 19일 2018 KBO MVP 투표에서 총점 487점을 얻어 수상자로 선정됐다. 2위 조쉬 린드블럼(두산·367점)을 여유 있게 제쳤다. 홈런(44), 타점(133) 1위에 오르며 두산의 정규시즌 압도적 우승을 이끈 4번타자 김재환은 성적으로만 보면 의심의 여지없는 MVP 감이다. 
문제는 그의 과거다. 지난 2011년 10월 파나마 야구월드컵 국가대표로 나간 김재환은 국내에서 실시된 경기기간외(사전) 도핑 검사에서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인 '1-테스토스테론의 대사체'가 검출돼 양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규약에 따라 이듬해 10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지난 2007년 도핑 검사가 시작된 이후 국내 선수 최초 양성 반응과 함께 징계를 받았다. 

그때 그 꼬리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약물의 효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지만 김재환이 주전으로 자리 잡은 2016년부터 약물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MVP 수상으로 비난은 절정에 달한다. 역대 KBO리그에서 금지약물 경력을 지닌 선수가 MVP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2007년 MVP였던 두산 투수 다니엘 리오스가 2008년 일본에서 약물 복용이 드러났지만, 국내에서는 도핑 검사를 받지 않았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한미일 야구를 통틀어 금지약물 복용이 사실로 드러나 징계를 받은 선수가 MVP를 수상한 건 김재환이 최초다. 
1990년대부터 스테로이드 시대를 보낸 메이저리그는 스스로 약물 사실을 폭로한 호세 칸세코를 비롯해 배리 본즈, 켄 캐미니티, 새미 소사, 제이슨 지암비, 미겔 테하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라이언 브론 등이 MVP를 수상한 '약물러'들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MVP 수상 이후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났다. 징계를 받은 선수들도 약물 징계가 강화된 2005년 이후 적발된 테하다, 로드리게스, 브론뿐이다. 
본즈의 경우 2003년 처음으로 약물 의혹이 제기됐다. 그때 당시만 해도 의혹에 그쳤고, 본즈는 무난하게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다. 2004년에도 본즈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MVP 4연패에 성공했다. 당시 시즌 막판부터 본즈의 약물 복용 증거들이 속속 나왔지만, MVP 표심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사실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본즈가 "스테로이드인지 모르고 복용했다"고 말해 약물 복용이 사실로 굳어졌다. 본즈는 "스테로이드가 공을 맞히게 만들지는 못한다"고 반박했지만 이후 기자단 투표에 의해 명예의 전당에는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 텍사스에서 금지약물 복용으로 50경기 출장정지를 받은 넬슨 크루스(시애틀)는 2014년 볼티모어에서 홈런왕(40개)을 차지하며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 7위에 올랐다. 이듬해 시애틀로 팀을 옮겨 44홈런을 터뜨린 크루스는 MVP 투표 6위에 랭크됐다. 약물 징계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 그해 크루스는 외야수 부문 실버슬러거상을 받았다. 2017년에도 MVP 투표 10위에 오르며 지명타자 부문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지난 2007년부터 도핑 검사를 도입한 일본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들이 적발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자국 선수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지난 2011년 주니치 이바타가 도핑 검사에서 적발된 게 유일한데 눈 질환에 따른 치료 목적으로 드러나 견책으로 끝났다. 
이에 앞서 지난 2002년 세이부 소속으로 일본 역대 단일 시즌 최다 55홈런 타이기록을 세우며 퍼시픽리그 MVP를 받은 외국인 타자 알렉스 카브레라가 2007년 미국발 금지약물 리스트에 올랐지만 당시 혐의를 부인했다. 2012년을 끝으로 일본을 떠난 카브레라는 2014년 멕시칸리그에서 스테로이드 복용이 적발돼 영구 퇴출됐다. /waw@osen.co.kr
[사진] 김재환(위)-배리 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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