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리포트] ‘자극의 연속’ 조한욱, 싸움닭 기질이 다시 살아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1.20 13: 05

SK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는 팀 일정 외의 야간 개인 훈련은 원칙적으로 금지다. 특히 지난 16일 2차 멤버들이 합류하기 전에는 인원이 많지 않아 개인별로 할당된 운동량이 많았다. 잘 쉬는 것도 전략이라는 판단이다.
그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자꾸 어기는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조한욱(22·SK)이다. 벌써 몇 차례 야간 개인훈련을 하는 것이 관계자들의 눈에 걸려 한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꾸중을 듣는 와중에서도 뭔가 하지 않으면 조급해지는 게 지금 조한욱의 심리다. 조한욱은 “지금 내 투구 내용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김경태 SK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아마 이번 캠프에서 가장 많은 자극을 받을 선수”라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조한욱은 충암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 지명을 받았다. 지명순위에서 볼 수 있듯이 고교를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하나였다. 2016년 1군에 데뷔한 뒤 곧바로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일찌감치 군 복무까지 마쳤다. 이제 만 22세로 군 문제까지 해결한 구단의 유망주다. 하지만 2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이번 캠프에서 실감하고 있다. “자극이 많이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조한욱이 훈련을 열을 올리는 이유다.

경찰야구단에서 나름대로 얻은 것이 많았다. 조한욱은 “첫 해에는 좋은 것은 아니었다. 안타를 많이 맞고, 점수도 많이 줬는데 경기 운영은 오히려 많이 배웠다. 그 전까지는 안 맞으려고 했다면, 점수를 많이 주면서 느끼는 것이 있었다”면서 “2년차 때는 와인드업을 하지 않고 셋포지션으로만 던졌다. 구속이 아니라 안정적인 컨트롤에 중점을 뒀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2년간의 군 생활을 떠올린다.
2년간 많은 경기에 나가며 경험을 쌓은 조한욱은 이제 1군을 향한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상대들이 만만치 않은 만큼 웬만한 구위로는 1군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럴수록 2군 관계자들은 묘한 기대감을 이야기한다. 한 관계자는 “싸움닭 기질이 있는 선수다. 에이스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경쟁감이 군 복무 기간 잠시 숨어 있었던 조한욱의 뭔가를 건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확실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조한욱은 “공이 빠르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구속은 구속이고, 결국 결과가 있는 것이다.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변화구를 좀 더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상황에서도 변화구로 승부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염경엽 신임 감독의 기대감도 적지 않다. 단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92⅓이닝을 던졌으니 무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면서도, 피칭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조한욱의 기본 포지션은 내년 퓨처스팀 선발 로테이션이다. 구단에서 장기적으로 선발로 보고 있는 자원이다. 다만 1군에서 우완 롱릴리프가 필요할 때 1순위로 대기해야 할 수 있다. 생각보다 1군이 멀지 않은 선수인 셈이다. 조한욱은 “내년 목표는 1군 진입이다. 1군에서 잘 던지고 싶다”면서 “1군에서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잠시 잊었던 에이스 자질이 외부 자극에 다시 꿈틀대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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