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쯤이다. 2018시즌 MVP 및 신인상 투표를 앞둔 시점에서 '김재환, 과연 약물 꼬리표에도 투표할까'라는 기사를 쓴 바 있다. 당시 투표권을 지닌 A기자는 "김재환에게는 5위표도 안 줄 것이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두산의 다른 선수들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자들이 비슷한 의견을 가졌을 줄 알았다.
MVP와 신인상은 기자단 투표로 선정된다. 지난 10월 15~16일 투표권을 지닌 한국야구기자회 기자단과 지역 언론사가 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는 19일 시상식에서 공개됐다.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두산 김재환(30)이 MVP로 뽑혔다.
한국, 미국, 일본을 통틀어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가 MVP를 수상한 건 김재환이 최초 사례다. 논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2011년 금지약물 복용으로 지금은 시간이 꽤 지났다는 의견, 그 동안 노력으로 지금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의견, 한 번의 실수였고 그에 대한 징계를 받았다는 의견 등도 있다.
음주, 도박 등은 개인의 일탈 행위다. 야구 선수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해당된다. 그러나 금지약물 복용과 승부 조작은 스포츠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한 번의 실수라도 스포츠 선수라면 해서는 안 될 잘못된 선택이다. 야구팬들도 분노하고 있다. 스포츠의 기본인 공정성을 저버린 금지약물 복용 선수가 MVP를 차지한 것은 수치라는 의견들이 많다.
김재환은 금지약물 복용 당시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KBO리그에서 금지약물에 대한 경각심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시기였다. 이후로도 금지약물 복용 선수는 한 두 차례 나왔다. 최근에서야 징계 수위가 높아졌다. KBO 고위 관계자는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징계를 초기에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금지약물 징계 이후의 김재환 개인의 노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 노력에 대한 대가는 소속팀에서 고액 연봉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두산팬들의 지지로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그러나 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MVP)는 아니다.
MVP 투표(총 111표)에서 김재환이 받은 표는 76표였다. 1위 51표를 비롯해 2~5위표를 골고루 받았다. 김재환에게 1~5위표 어느 것도 찍지 않은 이는 35명이다. 총 득점에서 김재환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린드블럼은 1위 18표를 비롯해 84표를 받았다. 투표 숫자로는 김재환을 넘어섰고, 가장 많이 받았다. 총 득점 3위인 박병호는 74표를 받았다.
35명과 76명의 생각 차이, 많은 논란을 남겼고 이후로도 KBO리그 역사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될 화두를 던졌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