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유격수 훈련’ 강승호, 새로운 판을 딛고 올라선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1.21 16: 01

1년 전 이맘때 까지만 해도 강승호(24·SK)의 소속팀은 LG였다. 그리고 주 포지션은 2루였다. 그러나 이제는 소속팀도, 포지션도 바뀌었다. SK 유니폼을 입고, 유격수로서의 새 출발을 알렸다.
지난 16일 팀의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강승호는 18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타격보다는 수비 쪽에 중점을 맞춘 훈련 일정이 강승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 서 있는 곳도 2루와 3루가 아닌, 유격수로 바뀌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달콤함에서 깨어나보니, 현실적인 새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7월 LG와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SK에 입단한 강승호는 올 시즌 후반기 좋은 활약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후반기, 즉 SK 이적 후 37경기에서 타율 3할2푼2리, 2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2루와 3루를 오가며 팀 내야에 힘을 보탰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합류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총 9경기에 나가 2홈런, 5타점을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으며 팀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밝혔다. 팀의 주전 내야수로 우승을 경험한 것이다.

하지만 강승호의 진면모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염경엽 감독의 생각이다. 염 감독은 단장 시절 강승호 트레이드를 주도하면서 “마무리캠프를 거쳐 내년부터는 유격수로 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시즌이 한창이라 포지션 변경이 어려웠지만, 강승호를 유격수로 활용하겠다는 염 감독의 생각은 변한 것이 없다. 마무리캠프는 그 첫 시험대다.
사실 유격수 포지션에 부담이 있었던 강승호다. 2루와 3루가 더 편하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밝혔다. 유격수에 대해서는 그냥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자신이 유격수를 소화하는 것이 팀 내 장기적인 입지는 물론, 자신의 가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또 팀이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줄 의향이 있는 만큼 힘껏 부딪혀 보겠다는 게 강승호의 각오다.
강승호는 “확실히 큰 경기를 경험해보니 생각하는 범위도 넓어지고, 보고 배울 수 있는 관점도 여러 가지로 많아진 것 같다. 내년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플레이오프 5차전 실수 말고는 큰 실수 없이 잘해서 왔다. 마음이 편하다”고 캠프에 임하는 심정을 드러냈다. 벼랑에서는 벗어났으니 더 여유를 가지고 유격수 포지션에 적응한다는 생각이다.
강승호는 “유격수가 내야의 핵이 되다보니 아무래도 유격수를 더 알아주지 않겠나. 2루나 3루는 언제 나가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놨다. 이제 유격수에서 서서히 자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캠프 중점 상황을 설명했다. 보완해야 할 점은 송구다. 강승호는 “2루는 1루까지의 거리가 가깝고, 3루는 1루가 멀지만 타구가 빨라 잡으면 여유가 있다. 하지만 유격수는 거리도 멀고, 여유도 없다. 송구 문제가 제일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캐치볼 훈련 등 여러 가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첫 출발은 좋다. 후반기 강승호와 호흡을 맞춘 손지환 수비코치는 일찌감치 성공 가능성을 예언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량도 좋고, 훈련에 임하는 태도도 성실하다. 손 코치는 “강승호는 운동 신경과 센스가 좋다. 여기에 배짱이 있고 심장까지 강한 선수”라면서 “저 나이에 저 정도면 안정적인 선수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차례 전기를 만든 강승호가 유격수라는 또 하나의 ‘판’을 밟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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