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영화계 최고 흥행작은 '신과함께' 시리즈 1, 2편으로 모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전무후무한 기록이지만, 여기 '신과함께' 부럽지 않은 알찬 흥행 성적을 거두고, 의미까지 남긴 작품들이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부터 '곤지암'까지 2018년 기분 좋은 반전 흥행의 주인공들을 꼽아봤다.

◆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722만 1,862명+α)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했을 때만 해도, 이 영화가 700만 명을 돌파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 10월 31일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과 같은 날 선보여 경쟁을 펼쳤고, 초반에는 뒤처져 흥행 1위가 아니었다.
그러나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기적의 역주행'이 시작됐고, 그룹 퀸의 공연을 즐기듯 재관람 열풍이 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면서, 결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역대 음악 영화 흥행 1, 2위 기록을 가진 '레미제라블'(592만)과 '미녀와 야수'(513만)를 깨고 새 역사를 썼으며, 720만 돌파 이후에도 꾸준히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523만 5,115명+α)
'완벽한 타인'은 '보헤미안 랩소디'와 같은 날 개봉해 11월 28일 동시에 500만 명을 돌파하는 쌍끌이 흥행을 선보였다.
현대인의 필수품 휴대폰을 소재로 웃음과 공감, 긴장감을 선사하며,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이재규 감독의 섬세한 연출 등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완벽한 타인'도 시사회부터 호평을 얻었지만, 예상보다 더 좋은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적은 관객들의 입소문이 흥행에 주효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부부, 연인 관객뿐만 아니라 동성 친구들의 동반 관람 비율이 높아 집단 내 입소문을 견인했다.

◆ '마녀'(감독 박훈정/318만 9,091명)
'마녀'는 손익분기점만 보면 아주 흥행한 영화라곤 볼 수 없다. 손익분기점이 230만 명이기 때문에 손해 보지 않을 만큼 관객을 동원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반전 영화가 된 이유는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에서 3위로 밀려났지만, 다시 2위로 치고 올라와 꾸준히 흥행했고, '파격 노출'이 아닌 미스터리 액션 장르에서도 주목할만한 신인 배우 김다미를 발굴해냈기 때문이다.
'신세계' 등 남성 중심의 누아르 영화를 선보여왔던 박훈정 감독은 '마녀'를 통해 여성 액션 영화로 주목을 받았고, '마녀' 속편도 준비 중이다. 1편 이후의 이야기가 될 예정이다.

◆ '서치'(감독 아니쉬 차간티/294만 9,744명)
여름 텐트폴(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 흥행이 예상되는 대작들) 영화들이 한 차례 치열한 경쟁을 펼친 뒤, 8월 29일에 개봉한 '서치'는 역주행 흥행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아버지가 잃어버린 딸을 찾는다는 전통적인 서사에 SNS라는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한 스토리로 국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서치'의 주연은 한국계 미국인 존 조. 영화의 흥행은 존 조의 내한으로 연결됐고,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보이는 라디오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됐다. 생애 첫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것.
영화의 흥행이 주연 배우의 내한까지 이어진 흔치 않은 케이스로 남았다.

◆ '곤지암'(감독 이석근/267만 5,575명)
사실 관객수만 따지면, 이 자리에는 '곤지암'이 아닌 282만 명을 동원한 박보영, 김영광 주연의 '너의 결혼식'이 들어가야 한다. '곤지암'의 최종 관객수는 267만 명으로, '너의 결혼식'에 비해 15만 명 적다.
그러나 '곤지암'은 영화계 최대 비수기로 꼽히는 3월에 개봉했으며, 적은 예산이 투입된 공포영화다. '한국 공포영화는 끝난 것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스타 배우 하나 없는 작품이 기발한 아이디어만으로 한국 공포영화의 부활을 알렸다.
'곤지암'의 손익분기점은 약 60만으로, 개봉 첫 주 만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개봉 5일 만에 100만, 11일 만에 200만 관객을 차례대로 돌파했다. 결과적으로 수익 면에서는 올해 최고의 수익률을 달성한 한국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hsjss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