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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의 인디살롱] 허클베리핀, 7년만에 6집 “원하는 풍경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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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관명기자] 허클베리핀(Huckleberry Finn)이 지난 12일 정규 6집 ‘오로라 피플’(Aurora People)을 냈다. 지난 2011년 5집 ‘까만 타이거’ 이후 7년만이다. 사운드는 부드러워졌고, 보컬은 몽환성이 도드라진다. 악기에서는 중저음의 베이스가 돋보인다. 세상을 관조하며 포용하려는 분위기도 새롭다.  

실제로도 허클베리핀에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존 이기용과 이소영에 새 멤버 성장규가 합류, 3인 체제가 됐다. 무엇보다 정신적 육체적 병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기 직전이었던 이기용이 제주 생활에서 다시 기운을 회복한 점이 반가운 소식이다. 12월22일에는 이들의 14번째 옐로우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이들을 만났다. 

우선 허클베리핀의 디스코그래피를 요약하면 이렇다. 

= 1997년 네이키드 런치 출신 이기용(베이스), 코코어 출신 김상우(드럼), 여성보컬 남상아로 결성
= 1998년 데뷔 1집 ‘18일의 수요일’ 
= 2001년 2집 ‘나를 닮은 사내’ : 김상우 남상아 탈퇴후 여성보컬 이소영, 베이스 김원구, 드럼 김윤태 합류
= 2004년 3집 ‘올랭피오의 별’ : 김원구 탈퇴후 베이스 장혁조 합류
= 2007년 4집 ‘환상…나의 환멸’ : 장혁조 탈퇴후 베이스 김진중 합류
= 2011년 5집 ‘까만 타이거’ : 이기용 이소영 2인체제
= 2018년 6집 ‘오로라 피플’ : 이기용 이소영 성장규(기타 신시사이저 드럼) 3인체제

= 반갑다. 새로 합류한 성장규씨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성장규) “4집 ‘환상…나의 환멸’에 실렸던 ‘낯선 두형제’에서 만돌린 세션으로 참여했었다. (이기용)형이 제주 내려갔다는 소식을 접한 후 서울에서 (이소영)누나와 술자리에서 만났다. 당연히 형 안부부터 물었다. 그리고 얼마 후 갑자기 형한테 연락이 왔다. 옐로우 콘서트에 만돌린이 필요하니 내일 보자는 것이었다. 만난 자리에서 대뜸 “너, 취직됐어” 그러는 것이다. 2015년 여름의 일이다.”

(이기용) “당시 몸도 마음도 힘들어 한동안 사람들을 안만나고 제주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물론 음악은 전혀 못했다. 하지만 음악과 떨어져있으니 더 죽겠더라. 그래서 소영에게 ‘네가 노래를 해야겠다. 팀을 만들어야 하는데 누가 좋을까’ 했던 상황이었다. 밴드를 오래 하다보니 악기를 미친듯이 잘하는 것은 중요치 않더라. 같이 모였을 때 좋고, 음악 이야기도 먹는 이야기도 즐거운 게 훨씬 중요하더라. 장규면 그게 가능할 것 같았다.”

= 6집은 아무래도 이기용씨의 제주 생활 이야기부터 해야할 것 같다. 

(이기용) “2012년 마음의 병이 깊어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다. 마침 제주에서 공연이 있어 내려간 날, 태풍 볼라빈이 제주에 상륙해 초속 40m 강풍을 쏟아냈다. 차가 엎어지고 나무가 뽑히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졌다. 마음의 안과 밖이 같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곳 제주에 좀 더 있으면 좋겠다 싶어 곧바로 사람이 별로 없는 김녕에 숙소를 구했다. 김녕은 제주에서 가장 고요한 바다가 있다. 바람도 아주 셌다. 제대로 제주 생활을 했다.”

= 이소영씨, 성장규씨도 제주 생활에 동참했다고 들었다. 

(이소영) “그 전에도 자주 왔다갔다 했지만, 2015년부터 2년 정도 생활했다.”

(성장규) “같이 살진 않고 자주 왔다갔다 했다.”

= 언제 서울로 올라왔나. 

(이기용) “회복하는데 4년이 걸렸다. 지난해 앨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년 연말에 옐로우 콘서트를 해왔는데 보통 2,3개월 준비를 한다. 이를 위해 일찌감치 서울에 올라왔다가 콘서트가 끝난 후 곧바로 앨범작업에 들어갔다. 원래는 앨범작업을 마치고 올해 4월 다시 내려갈 계획이었지만 작업이 무한대로 길어지는 바람에 지금까지 서울에 머물고 있다.” 

= 6집이 20주년 되는 해에 나왔다. 

(이기용) “그런 생각은 전혀 못했다. 6집을 우리가 무사히 해냈고 원하는 풍경과 공간을 담았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작년 어느 순간부터 하루도 못쉬었다.”

= 6집은 어떤 앨범인가. 

(이기용) “6집은 공간과 정서, 이게 중요하다. 제주에서 매일 보았던 그 넓고 높은 공간을 표현하고 싶었다. 정서는 환상이다. 특히 예술적인 사람이 자기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환상을 잘 쓰는 것이다. 이  테마를 갖고 ‘오로라’(8번트랙)와 ‘오로라 피플’(9번트랙)을 한 음악처럼 연결시켰다. 이 2곡에서 이번 앨범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공간과 정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표지는 빼곡한 숲 위로 오로라가 드러난 모습이다. 

(이기용) 제주에 곶자왈이라는, (나무가 많아) 햇빛이 잘 안들어오는 숲이 있다. 그 숲을 빠져나올 때 하늘이 열린다. 그 때 풍경이 마음의 연옥에서 빠져나온 제 모습과 닮았다. 이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연옥에서 빠져나와 빛의 나라로 가는.”

(이소영) “실제로 핀란드의 자작나무 숲에서 오로라를 본 적이 있다. 신해철이 죽은 날이라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 그런데 ‘오로파 피플’은 지난 2011년 1월27일에 나온 컴필레이션 앨범 ‘SAVe tHE Air Green Concert’ 앨범에 수록됐었다. 

(이기용) “5집 나오기 직전이었는데 노래를 제공해달라고 해서 싣게 됐다. 이미 그때부터 몸과 마음이 안좋았다. 제가 그리는 풍경도 더이상 도시적이지 않았다. 그 때 ‘이 노래는 다음에 쓸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몇 곡을 함께 들어보자.

#. 6집 ‘오로라 피플’에는 총 10곡이 수록됐다. 1번 항해, 2번 누구인가, 3번 너의 아침은 어때, 4번 영롱, 5번 Darpe, 6번 라디오, 7번 길, 8번 Aurora, 9번 Aurora People, 10번 남해. 멤버들 상의하에 ‘항해’, ‘누구인가’, ‘Darpe’, ‘라디오’, ‘Aurora’+’Aurora People’을 함께 들어보며 코멘터리를 하기로 했다.  

#1. 항해 

(이기용) “이 곡을 지금 들으니 김녕에서 컨테이너 생활을 하던 풍경이 떠오른다. 컨테이너에서 바라보던 그 풍경들.”

(이소영) “편곡할 때 고생이 많았다. 제주 연습실이 지하에 있었는데 하울링(리버브)이 심했다. 실제 첼로를 연주하면 거의 굉음 수준으로 들렸다.”

(이기용) “이 곡은 김녕에서 기타를 다시 칠 수 있게 된 후 처음 만난 노래다. 넓은 하늘과 바다를 보면서 기타라인을 만들었다. 바다에서 배가 항해를 시작하고, 멀리 가다가 먼바다 위로 날아오르고, 대기권을 통과하고, 결국 우주로 날아가는 그 풍경이다. 따라서 이 곡에서는 공간 이동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소영) “대기권을 통과하는 대목은 첼로에 이펙터를 넣어 큰 소리를 냈다. 우주로 진입한 후에는 평화로워진다. 첼로와 드럼 연주하신 분들이 큰 역할을 했다.”

#2. 누구인가

= 이 곡은 웨스턴 영화 음악처럼 들린다. 

(성장규)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다. 이 곡이 타이틀곡이 될 줄은 몰랐다. 사람들도 이 노래를 좋아해주시더라.”

(이기용) “이 곡은 기타 리프가 중요한 곡이다. 이전 곡들과는 달리, 뭔가 격렬하게 투쟁하는 느낌보다는, 그래서 계속해서 내려가는 느낌보다는, 올라가서 빛을 보고 싶었다. 악기가 하나하나 추가될 때마다 상승하는 느낌, 소스가 추가될 때마다 노래가 업되는 느낌, 노래가 떠오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소영) “2절은 (이기용)형이 무조건 불러야 한다고 했는데도 자꾸 안부르려고 하더라. ‘이 사람이 이렇게 잘 냈었나’ 싶을 정도로 고음을 꽤 잘 냈다(웃음).”

(이기용) “쑥스러워서 혼자 녹음했다. 록커가 가성이 왠말인가(웃음). 도저히 애들 앞에서 못하겠더라. 끝부분에서는 이 친구들이 디렉팅을 해줬다. 이게 다 리더의 포용력 덕분이다(웃음).” 

#3. Darpe

=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쏙 든 곡이다. 그런데 다르페가 무슨 뜻인가. 

(이소영) “D 아르페지오라는 뜻이다.”

(이기용) “사람 이름으로 생각하자, 파리나 동유럽 어디에 있는 바 이름으로 생각하자고 했다.”

(성장규) “이 곡은 원래 앨범에 안들어갈 곡이었다. 그런데 1차 믹싱이 끝난 후 연결해서 들어보니 답답하더라. 중간에 뭐 하나는 트여주는 곡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믹싱하러 가는 길에 형에게 ‘한 곡 정도는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해서 5번 트랙으로 실리게 됐다.”

(이소영) “휴게소 같은 곡.”

(이기용) “리더의 선구안, 포용력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웃음).”

(이소영) “이 곡은 장규가 중요한 사운드를 다 해냈다.”

(성장규) “베이스도 드럼도 하나하나 잘라 붙였다.”

(이소영) “마지막에 실리는 바람에 인쇄물에 (브라스를 연주한) 킹스턴 루디스카 이름을 못넣었다.”

#4. 라디오

(이기용) “라디오는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매체다. 나와 너를 이어줄 수 있는 라디오인 것이다.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서인지 이번 앨범에서는 너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이 곡은 멜로디언으로 기타라인을 만들어 차에서 들으며 제주 산간도로를 엄청 달렸다. 오래 들어도 지겹지 않더라. 살릴 수 있겠다 싶었다. 어쨌든 편곡이 잘 됐다.”

(이소영) “마지막까지 편곡에 고민이 많았다. 장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성장규) “편곡이 잘 안나와서 보너스 트랙으로 실을까 고민까지 했었다. 그 정도로 답이 안나온 노래였다.” 

#5. 오로라, 오로라 피플

(이기용) “‘오로라’는 작업실 내려오는 계단에다 앰프를 놓고 녹음했다.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의 울림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소영) “녹음실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다.”

(성장규) “기타가 운좋게 잘 나왔다.”

(이기용) “‘오로라’는 ‘넓은 공간’이라는 6집의 주제를 잘 대변하는 노래다. 앞부분에서는 오로라가 펼쳐지기 전 몽실몽실 거리는 느낌을 표현했다. 이후 드럼과 베이스가 나오면서 오로라가 마침내 머리 위에 펼쳐진다. 기타는 저음과 대비돼 오로라의 가장 영롱한 느낌을 표현한다.”

(이소영) “오로라는 자기장의 흐름이라 불규칙적이다. 바람은 규칙적이고. 그래서 오로라가 훨씬 환상적이다.”

(성장규) “‘오로라 피플’은 믹싱회수가 가장 많은 곡이다.”

(이소영) “원래 일렉드럼을 받아서 해봤는데 저희 마음에 안들더라. 생각보다 어쿠스틱 드럼이 잘 맞아서 다시 편집했다. 녹음실에서 화를 낼 정도로 수정을 많이 했다.”

(성장규) “‘오로라’가 공간과 환상에 포커싱을 맞췄다면, 이 곡은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 포커싱을 뒀다. 어쿠스틱 드럼이 맞더라.”

(이기용) “이 곡은 ‘공간 안에 뭐가 있어야 완성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은 바로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 나랑 이야기를 평화롭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떼창도 그런 컨셉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전에는(2011년 발표곡) 그냥 내 얘기였는데 이번에는 편곡을 다시 하면서 가사를 바꿨다. 두 곡은 그림이 다르다.” 

(이소영) “세 명 모두 저음이라 떼창에서 고민을 했었다. 그때 엔지니어가 ‘제가 해볼까요’ 하더라. 원래 기타치면서 노래하던 분이다. 형이 농담삼아 해보라고 했고, 실제 코러스에 그 분이 참여했다.”

= 마지막 곡 ‘남해’는 어떤 곡인가.

(이기용) “모든 노래 중에서 가장 먼저 만든 노래다. 소영과 홍대 상수동에서 샤라는 바를 운영하며 62주 동안 매주 수요일에 공연을 하고 한달에 한번 신곡을 발표했는데, 그때 처음 발표한 노래다. 실제 해무가 낀 남해에서 만들었다.”

= 12월22일(CJ아지트 광흥창)에는 14번째 옐로우 콘서트가 열린다.(옐로우 콘서트는 2004년 첫회를 시작한 허클베리핀의 연말 콘서트로, 그동안 서울전자음악단, 문샤이너스, 갤럭시 익스프레스, 킹스턴 루디스카, 국카스텐 등과 협연했다) 

(이소영) “6집 비중을 어느 정도로 넣어야 할지 고민이다.”

= 다시 허클베리핀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콘서트 잘 치르시길 바란다.

(허클베리핀)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칠리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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