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마지막 기회” 김재현의 야구가 다시 달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1.23 15: 01

SK 외야수 김재현(31)은 확실한 장점을 가진 선수다. 리그에서 손꼽힐 만한 주력을 가지고 있고, 외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수비도 좋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공격에서는 아직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다.
전자에 주목하는 감독들은 김재현을 27인 엔트리에 넣으려고 한다. 경기 중·후반 활용도가 높다는 이유다. 다만 후자에 주목하는 이들을 만났을 때는 일이 꼬이곤 했다. 감독 스타일에 따라 출전 시간의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지만, 기본적으로 김재현을 중용할 생각은 없었다. 김재현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일이었다.
김재현은 한때 야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의욕적으로 2017년을 시작했지만, 힐만 감독의 구상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군에서 아무리 잘해도 1군 콜업이 없었다. 그렇게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힐만 감독은 2018년까지도 계약이 되어 있었고 재계약도 눈앞에 두고 있었기에 김재현의 앞날은 불투명했다. 차라리 빨리 은퇴를 하고 아마추어 지도자 라이선스를 따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런 김재현은 올해 53경기에 나가며 반등의 여지를 만들었다. 퓨처스팀(2군)에서 워낙 뛰어난 활약을 펼친 덕이었다. 2군 코칭스태프의 호평을 외면할 수 없었던 힐만 감독도 김재현을 1군에 올려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어 나름대로 쏠쏠한 몫을 했다. 이제는 터널의 끝에서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년보다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힐만 감독에 비해 좀 더 세밀한 야구를 한다는 평가다. 넥센 시절에도 희생번트는 많지 않았으나 승부처에서 적극적인 작전을 걸었다. 여기서 가장 필요한 요원이 김재현과 같은 선수들이다. 넥센에서는 유재신이 그 몫을 했다. 염 감독은 이 임무를 수행할 선수로 김재현만한 선수가 없다고 보고 있다. 김재현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것은 다 의미가 있다. 적어도 1군에 좀 더 수월하게 진입할 만한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을 아는 김재현의 2019년 준비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기회를 줄 우군이 많다는 게 김재현의 생각이다. 김무관 1군 타격코치는 지난해 2군 감독 시절 김재현의 성실함과 타격 향상에 높은 평가를 내린 지도자다. 정수성 박재상 코치도 김재현의 빠른 발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제 김재현이 하기 나름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적어도 지난 2년보다는 한결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자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순간 들어가야 하는 보직상 한 번의 실패는 팀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다. 실패가 반복되면 밀려나는 법이다. 김재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재현은 “이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캠프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전 욕심은 없지만, 되도록 오래 1군 생활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다. 대주자든, 대수비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100%에 가깝게 수행하는 것이 김재현의 2019년 목표다.
이에 캠프부터 작전과 주루에 중점을 두고 있는 김재현이다. 이런 선수들은 벤치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한다. 김재현도 코칭스태프와의 대화를 통해 팀의 새 사고방식을 읽느라 분주하다. 방망이는 일단 다음 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간 중간중간 자주 멈췄던 김재현의 야구가 다시 달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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