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황소', 그저 '납치된 아내'가 아닌..송지효의 다른 얼굴[Oh!무비]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8.11.24 17: 27

송지효는 사실 여러 빛깔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주로 '쨍한' 여성 캐릭터가 많은 안방극장에 딱 떨어지는 연기자는 아닐지 모르지만, 유쾌하면서도 한 켠에 묻어나는 우수에 찬 분위기, 쉽게 감정을 간파할 수 없는 눈빛, 흔치 않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항상 지금 보이는 것 '그 이상'을 기대케 한다. 
지난 22일 개봉한 '성난황소'(김민호 감독)는 이런 송지효의 지금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평소에는 순하다가 한 번 화가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남다른 과거를 지닌 소시민 동철(마동석)이 납치된 아내 지수(송지효 분)를 구하기 위해 악당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려냈다.
한 마디로 '성난황소'는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물이다. 마동석의 묵직하고 단단한, 그러면서도 날렵한 몸이 그야말로 무한 돌진한다. 영화는 유머를 곁들인 짜릿한 통쾌함으로 직진 승부를 걸면서도 긴장감 조이는 전개를 놓치지 않는다.

순간 순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스릴러의 면모는 마동석의 맨몸 액션의 다른 축에서 영화를 탄탄하게 받쳐준다. 극 중 악당 기태 역을 맡은 배우 김성오의 매끈한(?) 매력이 마동석의 우직함과 완벽히 대치된다. 그리고 또 한 켠에서, 납치 당한 송지효가 벌이는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극 중 지수는 동철을 변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자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사실 영화의 시작이자 주제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김민호 감독이 밝힌 ‘성난황소’는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남자의 순정에 관한 영화다. 김민호 감독은 “사랑과 돈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대한 기사를 보고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동철이 끝까지 사랑을 택한다. 사는데 돈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고집을 부렸다”고 전했다.
그 만큼 지수는 여타 비슷한 장르물 속 여자 캐릭터와는 그 무게가 또 다르다. 그래서 송지효 역시도 납치된 아내로서 영화 속에서 도구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활약을 해야 했다. 김 감독은 "실제로 송지효가 대역 없이 물고문 장면을 소화하면서 노력했고, 마동석의 아내가 맞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인한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 등 삶의 고난에 시달리면서도 남편에 대한 미소와 정의감을 잃지 않는 지수. 이런 지수의 옷을 입은 송지효는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스며들었다.
영화 속 지수는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 않다. 남편이 구하러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와중에서도 남을 도우는 캐릭터이다. 이런 면에서는 기존 우리가 갖고 있는 송지효의 이미지가 캐릭터와 더욱 상승작용을 이룬다. 마동석의 맨 몸 액션의 다른 편에는 송지효의 '맨 몸 액션'이 기다리고 있다. /nyc@osen.co.kr
[사진] '성난 황소'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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