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리포트] 성공 잊은 한용덕의 모험, 팀 애정 없인 불가능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11.26 06: 06

성공적인 한 시즌을 마치고 들어온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한화의 10년 암흑기를 끝낸 한용덕(53) 감독이었지만 성공에 취해 있지 않았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고민의 연속. 오죽하면 화장실에서까지 새 외국인 투수 워익 서폴드의 영상을 봤을까. 
며칠 밤을 고심한 끝에 짧은 기간 큰 결단을 거듭했다. 2명의 외국인 투수를 모두 바꿨고, 외부 FA 참전을 포기했다. 올 시즌 13승을 거둔 에이스 키버스 샘슨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부터 구단에서 참전 의지를 드러낸 FA 포수 최대어 양의지 영입도 고사했다. 한 감독 스스로도 "내가 미친 것 같다"는 표현했다. 보통 감독이라면 쉽게 할 수 없는 선택들이다. 
25일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가 마무리된 가운데 한 감독은 '도전'과 '모험'이란 단어를 반복했다. 그는 "인생, 모 아니면 도 아니겠나. 안주하면 발전이 없다. 굴곡이 심한 인생을 살아왔는데 이번에도 도전이다. 우리 팀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올 시즌에도 피를 말렸지만 내년 시즌은 더 힘들 것이다"고 바라봤다. 

부임 첫 해부터 팀을 3위로 끌어올린 한 감독은 냉정한 팀 전력이 3위가 아니란 것을 잘 안다. 그는 "올해 이렇게 좋은 성적이 나서 기대치가 커졌지만 내년 시즌은 분명 더 힘들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여기서 더 성장할 수 있겠지만 기존 베테랑들은 (나이로 볼 때 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냉정하게 보면 쉽지 않다. 그래서 내년은 또 다른 모험, 새로운 도전이다"고 이야기했다. 
샘슨·헤일 재계약 포기, 그리고 양의지 영입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한 감독은 "애써 키운 샘슨인데 왜 아깝지 않겠나. 그래도 우리 팀에서 외국인 투수들이 갖는 비중이 50%나 된다. 더 강한 투수들이 필요했다. 어차피 바꿀 것이라면 2명을 다 바꾸는 게 낫다고 봤다"며 "양의지도 시즌 막판 먼저 (박종훈) 단장님께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이번 캠프 때 내가 고사했다. 팀 전체를 보고 결정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한 팀의 감독이라면 당연히 좋은 선수를 욕심내는 게 맞다. 하지만 나무보다 숲을 보고 싶었다. 선수 한 명이 미칠 영향도 크지만 나머지 전체를 얻는 시너지가 더 클 것으로 봤다. 올해 우리 야구도 그렇게 해왔다. 선수 한두 명의 힘이 아닌 전체의 힘으로 싸웠다. 앞으로도 그런 야구를 해야 팀이 장기적으로 강해진다. (외부 FA 포기 선언 후) 캠프에서 의욕을 갖고 자신을 어필하려는 선수들의 의지를 봤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당장 본인의 임기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임기를 마친 뒤 후임에게 넘겨줄 때 좋은 팀을 물려주고 싶다고 하셨다. 길게 내다보고 팀 체질 개선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프런트 입장에서 감독의 외부 FA 포기는 놀랄 일이다. 이건 팀에 대한 애정 말고는 다른 설명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누구나 팀에 애정이 있다. 그건 당연한 것이다"면서도 "어릴 때부터 이글스에 몸담았다. 고등학교(북일고)도 한화그룹 재단이다. 우리 집에선 '한화가 우리 식구 먹여 살렸다'고 말한다. 적어도 내가 팀을 나가기 전까진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끌 것이다"고 말했다. 두산 코치 3년을 제외하면 이글스에서 연습생-선수-코치-감독대행-프런트-감독으로 29년째를 보내고 있는 한 감독, 내년이면 어느덧 30년째 한화맨이 된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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