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대세다. 삼성 마운드 재건이라는 중책을 맡은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 코치는 스프링 캠프 때 비빔밥을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했다.
당시 오치아이 코치는 비빔밥 컨테스트를 열어 가장 맛있는 비빔밥을 만든 선수에게 연습경기 등판 기회를 많이 주겠다고 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구단 관계자는 오치아이 코치가 비빔밥 컨테스트를 연 이유에 대해 "젊은 선수들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비빔밥을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하고 선수 개개인의 성향 파악과 경쟁 유도를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채흥과 양창섭은 탈락. 이들은 최선을 다해 비빔밥을 만들었으나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최채흥의 귀여운 눈썹에 속은 것 같다. 한 번 먹어보니 엄청 맵다. 나는 애정을 갖고 가르치는데 벌써 최채흥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이어 "양창섭의 비빔밥은 회와 나물이 많이 들어간 게 특징이다. 다 먹긴 했지만 고추장이 너무 많아 입이 얼얼할 만큼 맵고 양도 너무 많다"고 불합격 판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김태우는 고추장을 사용하지 않고 간을 맞추며 오치아이 코치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최채흥과 양창섭이 고추장에 의존했을 때 김태우는 내가 일본인이라 매운 음식에 약하다는 걸 배려해 잘 만들었다"는 게 오치아이 코치의 평가.
오치아이 코치는 마무리 캠프부터 비빔밥 컨테스트 대신 개인발표 시간을 마련했다. 그는 "비빔밥을 통해 관계 구축을 하고자 했는데 뭘 넣을지 모르니 불안해 그만 두기로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방식은 이렇다.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 참가중인 투수 전원이 번갈아가며 투수조 미팅 때 동료들 앞에 서서 15분간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오치아이 코치는 "자신이 추구하는 투수상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선수들에게는 긴 시간인 것 같다. 그래서 야구 뿐만 아니라 맛집 소개 등 다양한 주제를 활용해 어떻게 해서든 15분을 채우도록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용익은 15분 가운데 2분 밖에 채우지 못했다. 그는 동료들 앞에 서서 "정현욱 코치님처럼 대선배를 배출한 학교를 나왔다"고 쑥쓰러운 듯 이야기했다. 이에 오치아이 코치는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딱 2분하고 끝냈다. 그래서 '네 삶이 2분으로 정리되냐'고 지적했다. 문용익의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을 잃었다"고 재치있게 표현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개인발표 시간은 선수 스스로가 자신이 한 말에 책임감을 가지고 대중 앞에서 자신을 내세우는 방법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다. 내년 스프링 캠프에서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맏형' 권오준부터 1차지명 신인 원태인까지 대상에 포함돼 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