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삼성)이 특급 기대주의 꼬리표를 떼낼 수 있을까.
상원고 출신 이수민은 입단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대구고와의 주말리그 권역 경기에서 26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최다 기록을 수립했고 두 차례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고교 무대 좌완 랭킹 1위로 평가받았다. 삼성은 2014년 1차 지명 때 경북고 박세웅과 저울질한 끝에 이수민을 선택했다.
프로 데뷔 후 1군 마운드에 5차례 올라 1승 1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2.45. 일찌감치 병역 의무를 마쳐 야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마운드의 세대 교체를 추진중인 가운데 좌완 이수민의 성장은 필수 요건.

하지만 1차 지명 후보 이수민과 박세웅의 희비는 엇갈렸다. 이수민은 부상과 부진에 아쉬움을 삼킨 반면 박세웅은 롯데 이적 후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수민은 내색하지 않았으나 이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올 시즌 1군 무대에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던 이수민은 퓨처스리그에서도 21차례 등판을 통해 승리없이 1패에 그쳤다. 평균 자책점은 9.88. 성적 지표만 놓고 본다면 다소 실망스럽다. 기대 이하의 모습에 자신감마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 참가중인 이수민은 고교 시절의 투구 자세로 다시 바꾸는 과정을 밟고 있다. 오치아이 투수 코치와 정현욱 불펜 코치의 조언과 격려를 받으며 점차 좋아졌다. 그래서 일까. 웃음기가 사라졌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이수민은 25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볼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연습 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무실점(1탈삼진)으로 꽁꽁 묶었다.
이수민은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특급 좌완이 될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성장세가 느려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지만 팀내 좌완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1군 승격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 '약속의 땅' 오키나와에서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하는 만큼 반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올해 나이 만 23살에 불과하고 '야잘잘'(야구는 잘하는 선수가 잘한다)이라는 신조어도 있지 않은가.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