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부딪혀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흔히들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을 '독이 든 성배'라고 말한다. 롯데라는 KBO리그 최고의 인기팀 감독을 맡는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길 법도 하다. 하지만 지난 1992년 우승 이후 26년 동안 우승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했고, 열성적인 부산 팬들의 응원은 압박감과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최근 10년 동안 6명의 감독이 바뀌었다.
하지마 이 자리를 양상문 감독은 다시 한 번 맡았다. 지난 2004년 제 11대 감독으로 2005년까지 2년 간 롯데의 사령탑 자리에 올랐었다.이후 롯데의 코치와 2군 감독 등 유니폼을 입었고 돌고 돌아 친정팀인 롯데의 유니폼을, 그리고 다시 한 번 감독 자리를 맡게 됐다. 양상문 감독은 다시 한 번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들었다.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양상문 감독의 취임식. 이미 선수단과 한 차례 상견례를 가졌고, 마무리캠프까지 지휘했다. 다시 돌아온 롯데 감독으로의 감흥은 다소 떨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여전히 친정인 롯데로, 그리고 감독직으로 돌아온 것에 긴장했고, 영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올 부담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기로 결정했다.
양상문 감독은 취임사를 하기에 앞서 "잘 떠는 성격은 아닌데, 오늘은 떨리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리고 취재진과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영광스러운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부산의 야구팬들이 롯데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많은 분들이 원하고 있는 바를 알고 있다. 보답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볼 것이다. 차근차근 올라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2004년 당시 감독을 맡았을 때와 분위기도 다르다. 그는 "10년 전에는 의욕이 넘쳤고, 당시 롯데의 선수단 구성이 강하지 않았다. 지금은 구성 자체가 다르다. 해볼만하다고 구성이 돼 있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성적을 내야하지 않느냐. 성적을 내야하는 야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미 한 번 롯데의 감독 자리를 맡아봤기에 이 자리에 대한 부담과 압박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은 그 부담과 압박감을 다시 마주했다. 그는 "인생은 부딪혀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부담스러운 상황이긴 하고 그런 자리가 지금 롯데 자리다"면서 "우리팀 선수단 구성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번 해볼만하다고, 그리고 한 번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