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 일본어다"...스포츠 미디어 포럼, 뒤틀린 스포츠 용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8.11.26 15: 50

#전투기 자폭공격 '가미카제'는 출격 직전 "파이팅!"을 외쳤다. 전투에서 투지 넘치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화이또'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상 생황에서 파이팅의 쓰임은 넘친다.
한국체육기자연맹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바람직한 스포츠 용어 정착을 위한 스포츠 미디어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학수 한국체육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의 사회로 홍윤표 OSEN 선임기자가 ‘몰아내야 할 스포츠 속의 일본어 찌꺼기’를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하며 김동훈 한겨레 체육부장이 ‘남북의 스포츠 용어 교류 및 통일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언론진흥재단(KPF),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대한체육회가 후원하고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케이토토, 위피크, 국기원의 협찬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스포츠 현장에서 드러난 잘못된 언어에 대한 고찰이었다.
올해 스포츠미디어 포럼은 이렇듯 무의식적으로 활용되며 부지불식간에 퍼져나가는 잘못된 용어들을 바로잡기 위해 체육기자들이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첫 번째로 발표에 나선 홍윤표 OSEN 선임기자는 '반드시 몰아내야 할 스포츠 속의 일본어 찌꺼기'를 통해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어 잔재에 대한 청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선임기자는 '야구'라는 말 자체가 일본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에 야구를 처음으로 전파한 것은 미국인 선교사였지만 보급과 확산에는 재일 한국유학생들과 일본인들이 영향을 미쳐 일본의 조어인 야구로 굳어졌다고 주장했다. 원래 베이스볼을 사용하다가 일본 지배 아래서 야구로 뿌리 내린 것으로 평가했다.
또 홍 선임기자는 "달인이라는 말은 일본어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 놓은 것"이라면서 "'시합'은 거의 없어진 상태지만 여전히 기사 속에 드러나고 있다. 특히 군국주의 언어인 '파이팅'이 그대로 쓰이는 것은 여전히 문제가 많다. 체육기자들의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 선임기자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어 표현은 스포츠 현장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전지훈련-계주-기라성-국위선양 등 일상적으로 쓰이는 표현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모두 현지훈련-이어달리기-쟁쟁한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위선양의 경우에는 일본 메이지 정권을 세계 만방에 알리자라는 뜻이기 때문에 내용을 알면 아예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한 스포츠 용어 어떻게 통일할까'라는 주제를 발표한 김동훈 한겨레 기자는 앞으로 계속 진행될 남북 단일팀서 생길 문제들에 대해 과거의 사례를 들어 어려움을 살펴봤다.
김 기자는 여자 농구-여자 아이스하키 그리고 탁구에서 이뤄졌던 남북 단일팀에서 용어의 혼란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단일팀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는 데 남북의 이질적인 용어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순 우리말을 통해 용어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희창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는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자'는 주제로 스포츠 중계 혹은 보도에서 차별없는 언어 표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녀 궁사', '하프 코리안' 등의 차별적 언어 그리고 '갈색폭격기', '융단폭격' 등 전쟁용어 상용 또 뎁스, 샤우팅 등 국적불명의 외래어 사용 등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며 올바른 표현의 개발과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유토론을 이끈 김학수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 소장은 "언어가 일반화 됐을 때 수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면서 "개인적으로 기자 생활할 때에도 고민했던 부분인 일반적인 용어 사용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됐다. 스포츠계에서 자정작용을 한다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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