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올 시즌 모처럼 포수 걱정 없는 시즌을 보냈다. 2명의 20대 젊은 포수 최재훈(29), 지성준(24) 2인 체제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유지됐다. 주전 최재훈은 수비, 백업 지성준은 타격에 강점을 보이며 적절한 상호 보완을 이뤘다. 한화가 'FA 최대어 포수' 양의지(31) 영입전에서 발을 뺀 결정적 이유였다.
시즌 막판 박종훈 단장에게 넌지시 양의지 필요성을 먼저 이야기한 한용덕 감독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들어와 마음을 고쳐먹은 계기도 두 선수의 열정적인 훈련 자세였다. 그들을 지도한 '포수 조련사' 강인권 배터리코치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지난해 한화 부임 후 한용덕 감독이 공들여 영입했던 코치가 강인권 배터리코치였다.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강인권 코치는 "올해 포수들이 걱정했던 것보다 기대이상 활약을 해줬다. 최재훈과 지성준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덕분에 나도 담당 코치로서 좋은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면서도 "내년에는 두 선수 모두 올해보다 많은 발전을 이뤄야 한다. 감독님께서 (양의지 포기를) 결정하고 언질을 주신 이후 책임감을 크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 기간 한화의 양의지 영입설에 나왔지만 두 선수는 그럴수록 훈련에 집중했다. 강 코치도 "선수들은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즌 중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최재훈은 몸이 안 좋았던 부분을 치료하며 컨디션 관리에 신경 썼고, 지성준은 블로킹에 중점을 뒀다. 신인 포수 이성원도 아직 포수로서 몸 스피드가 조금 부족하지만 체격조건이 좋아 가능성이 있다. 짧지만 성과가 있었다"고 캠프를 평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은 절대 금물이다. 강 코치는 "재훈이는 투수들과 유대가 좋지만 경기 전체를 깊게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성준이도 투수들에게 더 많이 다가가서 믿음을 줘야 투수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며 "작년보다 발전이 있었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강 코치는 두산 시절 양의지의 성장을 직접 목격했다. 2010년 양의지가 신인왕에 오르고, 2015~2017년 최고 포수로 군림할 때 두산 배터리코치였다. 한화에서도 최고 포수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강 코치는 "재훈이와 성준이 모두 지금 여기서 머무를 선수들은 아니다. 내년, 내후년까지 기반을 더 닦는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할 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그 최고 포수가 되기 위해선 확실한 주전이 돼야 한다. 올해는 최재훈이 126경기(95선발) 830⅔이닝 동안 마스크를 쓰며 84경기(48선발) 433이닝을 수비한 지성준보다 출장비율이 높았다. 2대1 비율로 최재훈이 주전, 지성준이 백업이었지만 다른 팀들에 비하면 주전-백업 구분이 확연하지 않았다.
향후 경쟁을 통해 이 비율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최재훈에게 더 쏠리거나 지성준에게로 무게중심이 옮겨질 수 있다. 강 코치도 "감독님과 상의해 두 선수의 경기 나가는 비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의지가 오지 않았지만 최재훈이나 지성준 모두 내부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최재훈은 타격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하고, 지성준은 포수로서의 안정감을 키워야 한다. 최고 포수는 절대 쉽게 나오지 않는다. /waw@osen.co.kr

[사진] 지성준-최재훈(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