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약관을 넘긴 이진현(21, 포항 스틸러스)이 꿈 같았던 지난 2년을 되돌아봤다. 이진현은 지난해 5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서 16강행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를 발판 삼아 오스트리아 빈으로 건너간 이진현은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무대서 이탈리아 명가 AC밀란을 상대하는 경험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형들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진현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도 승선해 호주전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우즈벡전에 연이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진현은 황희찬(함부르크), 김민재(전북), 황인범(대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등과 함께 한국 축구의 10년을 짊어질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K리그서도 능력을 증명했다. 올 여름 포항으로 복귀해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사실상 4위 확정에 크게 일조했다. 소속팀과 각급 대표팀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진현을 26일 포항 모처에서 만났다.
▲ 벤투호 승선해 A매치 데뷔까지

이진현에게 지난 17일 브리즈번에서의 호주전은 잊을 수 없는 경기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후반 36분 베테랑 이청용(보훔)을 대신해 경기장에 들어서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10분 남짓 행복한 시간을 보낸 이진현은 "호주전은 경기 전부터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몸 푸는 도중 벤투 감독님이 불러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라운드에 들어갈 땐 정말 특별한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진현은 20일 우즈벡전에선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부여받았다. 후반 31분 이청용과 바통을 터치하며 피치를 밟은 이진현은 "훈련 때 정말 열심히 했던 걸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다시 기회를 주신 거 같다. 앞으로도 훈련 때 좋은 모습을 보이면 감독님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2선 중앙에서 주로 뛰었던 이진현은 최근 대표팀과 소속팀서 측면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진현은 "원래는 중앙이 편했는데 뛰다 보니 측면도 괜찮은 거 같다"며 "벤투 감독님도 10월 소집 때는 중앙에만 세웠는데 이번엔 측면이었다. 감독님이 (2선 멀티 능력을)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벤투 감독은 골키퍼와 최종 수비수들로부터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가는 후방 빌드업을 중시한다. 기술과 패싱력을 겸비한 이진현에겐 긍정적인 부분이다. "감독님의 스타일은 내가 좋아하는 축구다. 감독님이 후방 빌드업이 가능한 선수를 쓰시기 때문에 전술이 맞는 나에겐 기쁜 일이다. 감독님이 지시하는 부분을 선수들이 잘하는 것 같다. 계속 하다 보면 점점 잘할 것 같다."
벤투 감독은 경기장 안팎에서 다른 매력을 뽐낸다. 이진현은 "카리스마가 느껴질 정도로 선수 장악력이 탁월하다"면서도 "경기장 안에선 엄하시지만 밖에서는 편하게 해주신다. 식당에서 농담도 자주 하실 정도로 공사 구분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벤투호는 이듬해 아시안컵을 대비해 다음달 국내 담금질에 들어간다. 유럽, 중동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제외하고 K리그와 일본, 중국서 뛰는 선수들이 바늘귀 경쟁을 벌인다. 이진현은 "골이나 도움 등 공격포인트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면서도 "아시안컵 최종명단에 들어가면 굉장히 기분 좋겠지만 난 아직 어리고 기회가 많다. 마음을 비우고 소속팀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성용, 손흥민, 황의조, 황인범, 이승우
이진현은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손흥민, 황의조 등 대표팀 선배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진현은 "한국 축구 레전드인 형들에게 엄청 배우는 게 많다. 경기를 준비하는 방식과 경기장 안에서의 여유와 자신감 등 배울 게 정말 많다"며 "의조 형의 마무리, 흥민이 형의 드리블, 성용이 형의 패스, (이)용이 형의 크로스, (황)희찬이 형의 피지컬을 모두 갖고 싶다"고 욕망을 드러냈다.
이진현은 최근 첼시전 원더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손흥민과 소속팀과 대표팀서 연일 골폭풍을 이어가고 있는 황의조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흥민이 형다운 골이었다. 드리블 하면서 스피드가 붙었는데도 방향 전환 뒤 침착하게 결정지었다. 흥민이 형의 능력을 잘 보여준 골이었다"는 그는 "의조 형은 찼다 하면 들어간다. 지금 폼이라면 유럽 어느 팀을 가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며 밝은 미래를 기원했다.
1살 많은 황인범의 맹활약은 이진현에게 건강한 자극이 됐다. "인범이 형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 원래 잘했던 선수다. 형이 대표팀서 어떻게 훈련하고 경기하는지 지켜봤다. 나도 인범이 형처럼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기회를 잡으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이진현은 이승우 등 또래들이 대표팀서 더 많은 기회를 잡길 희망했다. 이유가 있다. 이승우보다 1살 많은 이진현은 대표팀 내 친구가 없다. 이진현은 "승우는 대표팀에 언제 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량이 있는 선수"라며 "(김)민재 형, 희찬이 형 등 1996년생 형들은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 난 또래가 많이 없어 승우가 대표팀에 오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나타냈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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