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욱(26·SK)은 SK 내야의 최고 유망주였다. 2017년 주전 유격수라는 중책을 짊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준비가 덜 됐었다. 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선수로서는 첫 번째 기회를 놓친 셈이었다.
2017년 73경기에서 11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수비가 안 되다보니 전체적인 선수의 리듬이 완전히 무너졌다.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공격에서도 타율 2할3리에 머물렀다.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주전 자리를 반납해야 했다. 2018년도 불운이 있었다. 흐름이 좋았던 시즌 초반, 수비 도중 어깨를 다치며 다시 세 달가량 재활을 해야 했다. 내리막의 전형이었다.
주전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가 백업으로 내려갔다. ‘실패’로 보는 눈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박승욱은 차분하게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확 치고 올라설 기회를 놓쳤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게 박승욱과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손지환 수비코치는 “송구 실책이 많았던 편인데, 올해는 송구 실책이 많이 줄었다”고 평가하면서 “그 나이에 그 정도면 수비를 못하는 게 아니다”고 기를 세운다.

물론 수비 이닝도 줄었으나 실책수는 전년 대비 그 이상으로 줄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박승욱은 “예전에는 뭔가 수비를 빨리 빨리 하려고 했다. 그런 게 잘 해보이는 게 컸던 것 같다. 밸런스가 안 맞고, 그러다보니 실수가 많이 나왔다”면서 “연습하면서 코치님들과 상의를 했는데 밸런스와 리듬이 중요하다고 하시더라. 그걸 중점적으로 했다. 지금은 던지는 게 편하다”고 이야기했다.
역설적으로 2018년은 박승욱이 안정적인 수비수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한 해였다. 포스트시즌 전체 일정을 완주하면서 소중한 경험도 쌓았다. 완전한 주전은 아니었지만 팀이 필요할 때 선발 출전했다. 타석에서도 타율 3할6푼4리를 기록하면서 쏠쏠한 몫을 했다. 박승욱은 여전히 SK 내야수 중에서는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선수 중 하나다.
가고시마 캠프에서는 수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8년 한해 동안 자신의 리듬을 찾았다면,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 수비 리듬을 탈 수 있도록 굳히는 게 중요하다. 박승욱은 “방망이는 10번 중에 3번만 해도 된다. 하지만 수비는 10번 중에 10번을 해야 한다. 수비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면서도 “주루도 무조건 발이 빠르다고 되는 것은 아니더라. 타이밍을 잘 맞춰야 다음 베이스로 갈 수 있다. 주루도 타이밍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욱은 장점이 많은 선수다. 거포는 아니지만 좌타로 발이 빠르다. 여기에 손목 힘이 좋아 2루타 이상의 장타 생산력을 충분히 갖춘 선수다. 염경엽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김성현이 주전 유격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 시점에서 박승욱과 강승호를 대기시킨다는 생각이다.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부른 것도 박승욱의 기량을 테스트하고 내년 구상을 짜기 위해서였다.
박승욱은 “잘 하고 싶다. 잘 하려면 준비를 잘 해야 한다”면서 가고시마 캠프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잘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박승욱은 오는 12월 2년 반 정도 열애한 예비 신부와 식을 올린다. 이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까지 생겼다. 계속되는 시즌 일정에 마무리캠프 참가로 결혼 준비에 거의 보탬이 되지 못했다고 미안해하는 박승욱은 “12월 중순까지 계속 훈련을 할 생각이다. 어깨도 보강 운동을 하면서 관리할 생각”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박승욱은 더디지만 계속 전진 중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