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가 영화감독, 화가에 이어 책을 쓰는 작가로 변신했다.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북앤빌딩 지하 1층에서는 '걷는 사람, 하정우' 출판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영화배우, 감독, 그리고 그림 그리는 사람. 스크린과 캔버스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활동을 펼쳐온 배우 하정우가 이번엔 새 책을 들고 에세이 작가로 찾아왔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하정우 에세이의 제목은 '걷는 사람, 하정우'다.
배우 하정우는 하루 3만 보씩 걷고, 심지어 하루 10만 보까지도 기록한 적 있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손목에 걸음 수를 체크하는 피트니스밴드를 차고 걷기 모임 친구들과 매일 걸음수를 공유하고, 주변 연예인에게도 걷기의 즐거움과 효용을 전파해 '걷기 교주'로도 불린다.
무명 배우 시절부터 '트리플 천만 배우'로 불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걸어서 누비며 출근하고, 기쁠 때나 어려운 시절에나 골목과 한강 변을 걸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은 기억을 생생하게 풀어놨다.
이 책에는 '배우 하정우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자연인 하정우가 실제로 두 발로 땅을 밟으며 몸과 마음을 달랜 걷기 노하우와 걷기 아지트', 그리고 걸으면서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7년 전 '느낌 있다' 이후 두 번째로 에세이를 출간한 하정우는 "2010년 처음으로 문학동네와 인연이 닿아 '느낌 있다'는 책을 쓰게 됐다.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은 5년마다 한 번씩 내가 살고 있는 삶을 정리해 나가면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작업을 한다면 굉장히 후배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7년 만에 새 책을 낸 그는 "이 책이 좀 더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늑장을 부려서 늦어졌다. 문학동네 여러분들에게 죄송하다. 귀엽게 봐주시면 좋겠다"며 웃었다.
'걷는 사람, 하정우'가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 "연출작 '롤러코스터' '허삼관'을 끝내놓고, '암살' '아가씨' '터널' '신과함께' '1987' 'PMC'까지 찍고, '클로젯'을 찍기 전 1년 정도 시간을 가졌다. 그때 책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말 문학동네에 연락을 드렸고 작업을 시작했다. 7년 동안 일을 하면서 가장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어떻게 휴식을 취하면 좋을까', '주어진 시간 안에 가성비 높은 휴식을 취할까'가 가장 큰 화두였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걷기에 대해 깊이 빠져들었다. 그러다 이 책까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자신이 책을 썼다고 해서 작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삶을 정리한 일기장 같다고 생각한다. 그림 역시 내 자신을 치유하고 못다한 것들을 캔버스를 통해서 쏟아내는 작업이라고 본다. 특별히 어떤 것을 더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소설이나 직업 작가 등 거창한 목표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책이 독자들에게 교만한 가르침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관계자분들이 많은 용기를 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정우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걷기를 통해 내가 느끼고, 중요한 일상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 진심을 전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이러한 작업에 익숙한 사람도 아니고, 재밌게 읽어주시고, 행간에 숨어있는 진심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통 방식으로 책을 선택한 하정우는 "어릴 때부터 DVD와 책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필모그래피가 쌓이면서 내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했다. 책을 곁에 두고 생활하면서 나 역시도 많은 분들에게 이런 식으로 선물을 드리면 어떨까 생각했다. 내가 SNS나 그런 것들을 하지 않는다. 5년에 한 번씩 정리해서 팬과 많은 분들과 소통하는 게 나만의 방식인 것 같다. 책이라는 것은 나에게 아날로그 방식은 아니고, 영원히 없어지면 안 되는, 사라지면 안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하정우는 "배우로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분명 얘기할 거리가 있을 것 같다. 5년 후에도 그런 이야기들과 경험들이 쌓여서 이런 시간들을 가졌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하정우의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는 지난 23일 서점에 풀리자마자 주문이 쇄도해 출간 당일 2쇄에 돌입하고, 이틀째 3쇄에 들어갔으며, 27일 4쇄까지 찍었다. 연말 서점가와 출판계에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hsjssu@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