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현이 말하는 AC밀란과 유럽 재도전 그리고 포항 [인터뷰②]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11.28 05: 32

이제 막 약관을 넘긴 이진현(21, 포항 스틸러스)이 꿈 같았던 지난 2년을 되돌아봤다. 이진현은 지난해 5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서 16강행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를 발판 삼아 오스트리아 빈으로 건너간 이진현은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무대서 이탈리아 명가 AC밀란을 상대하는 경험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형들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진현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도 승선해 호주전서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진현은 황희찬(함부르크), 김민재(전북), 황인범(대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등과 함께 한국 축구의 10년을 짊어질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K리그서도 능력을 증명했다. 올 여름 포항으로 복귀해 16경기서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사실상 4위 확정에 공헌했다. 소속팀과 각급 대표팀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진현을 26일 포항 모처에서 만났다.
▲ 유로파리그서 만난 두 번의 AC밀란

이진현은 지난해 9월 15일 꿈의 무대인 유로파리그서 이탈리아 명문 클럽인 AC밀란을 상대했다. 선발로 나서 후반 29분까지 74분을 소화했다. 안방서 쓰라린 1-5 대패를 맛봤지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었다. 이진현은 "유로파리그 음악이 흘러나올 때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이어 "밀란전은 정말 큰 경험이었다. 경기 전부터 많이 뛰고 싶었는데 운좋게 2경기 모두 뛰어서 기분이 좋았다. 강팀과 붙을 때 떨지 않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의미를 전했다. 
이진현이 몸으로 느낀 AC밀란은 어땠을까. "확실히 잘하더라. 처음엔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은 밀란이기 때문에 3~4명을 제치는 등 대단한 기술을 생각했는데 다들 기본적인 걸 잘했다. 터치 미스도 거의 없고 찬스를 골로 결정지으며 쉽게 경기를 풀었다. 다른 차원의 선수들이었다."
이진현은 두 달여 뒤 11월 24일 산 시로서 열린 밀란과 리턴매치서 다시 한 번 그라운드를 밟았다. 후반 41분 교체투입돼 5분 남짓 뛰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1-5 대패였다. "선발로 나갈 수 있는 경기였는데 갑자기 명단이 바뀌어서 교체로 뛰었다. 산 시로여서 10분이라도 뛰고 싶었는데 교체로 들어가 정말 엄청 뛰어다녔다. 산 시로의 첫 인상은 신성한 느낌이었다. 이 기분을 또 느껴보고 싶다."
▲ 첫 무대는 오스트리아, 유럽 재도전은 독일
포항제철중-포항제철고를 거쳐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던 이진현은 U-20 월드컵 활약을 인정 받아 지난해 8월 빈에 입단했다. 이진현은 2017-2018시즌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1부리그) 13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했다. 유로파리그(3경기)와 컵대회(2경기)를 포함해 1군 무대서 총 18경기를 소화했다. 
이진현은 "좋은 경험이었다. 유럽에 갔다 온 뒤로 포항서 계속 경기를 뛰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땄고, A대표팀에도 갔다"며 빈에서의 9개월을 긍정적으로 돌아봤다. 유럽 재도전에 대한 생각도 당연히 품고 있다. "유럽을 한 번 갔다 왔기에 얼마나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내가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이를 채워서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다시 도전하고 싶다."
이진현이 원하는 다음 무대는 어디일까. "유럽 무대에 재도전한다면 언어를 제대로 준비해서 소통을 잘해야 할 것 같다. 생활 면에서 조금 힘들었기 때문에 언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좋아한다. 전술적으로 흥미롭고 90분 내내 선수들이 많이 뛰어 굉장히 좋은 리그인 것 같다"고 독일행을 첫 순위로 꼽았다.
▲ 포항에서 꿈꾸는 비상
이진현은 올 여름 고향 구단인 포항으로 복귀했다. 후반기 포항 돌풍의 중심이 됐다. 16경기에 출전해 4골 1도움을 올리며 포항의 사실상 4위 확정에 크게 기여했다. 팀의 측면 자원이 부상 등으로 부족해지자 2선 중앙이 아닌 좌우 측면을 오갔다. 포지션 변경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풀 시즌을 소화했더라면 영플레이어상도 충분히 노려볼 만한 퍼포먼스였다. 이진현은 아쉬움이 없었다. "올 시즌 후반기에 예열했으니 다음 시즌엔 영플레이어상이나 MVP를 노리고 싶다. 포항이 우승권에 도전한다면 MVP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진현은 지난 25일 우승팀 전북 현대와 경기서 선발 출장해 능력을 증명했다. 우측면 날개로 나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의 측면을 휘저었다. 이진현은 "전북은 구멍이 없는 팀이고, 모두가 잘하는 선수들이지만 난 원래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다. 강팀과 경기서 내가 가진 걸 보여줘야 높은 수준의 선수라는 걸 입증할 수 있다. 큰 경기에 더 집중해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활약 비결을 전했다.
K리그1 3위 울산이 FA(대한축구협회)컵 정상에 오르고 포항이 4위를 확정하면 차기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 이진현은 다음 시즌 포항과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포항은 포항만의 끈끈함이 있다. 특히 스틸야드서는 누구와 붙어도 쉽게 안 질 것 같은 느낌이 있다. 포항은 좋은 팀이다."/dolyng@osen.co.kr
[사진] 이진현-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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