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덕이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갔으니 잘할 것이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은 외국인 선수 아텀의 부상 공백을 메울 ‘에이스’로 서재덕(29·194㎝)을 뽑았다. 외국인 선수의 이탈로 큰 공격을 할 선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한국전력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서재덕은 아텀의 부상 이탈 후 아포짓 포지션(라이트)으로 옮겨 수비보다는 공격 쪽에 무게를 둔 전술에 대비했다.
서재덕은 한국전력의 살림꾼으로 불렸다. 공·수 모두에서 이만한 팀 공헌도를 보여주는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에는 라이트 포지션에서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로 평가됐다. 서재덕이 2011-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 받은 하나의 이유였다. 소속팀에서는 레프트였지만, 국가대표 레벨에서는 종종 라이트 포지션에 서며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다만 프로에는 외국인 선수가 라이트 포지션을 꿰차고 있었다. 서재덕은 레프트로 자리를 옮겨 지냈다. 한동안은 팀 동료 전광인(현대캐피탈)이 토종 에이스 몫을 하기도 했다. 서재덕은 뛰어난 팀 공헌도에도 불구하고 매일 빛이 나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재덕은 여전히 공격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27일 현대캐피탈전은 상징적이었다.
라이트에서 선발 출전한 서재덕은 이날 대활약을 펼치며 현대캐피탈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풀세트 접전으로 이어진 이날 서재덕은 무려 65번의 공격을 시도, 총 37번을 성공(성공률 56.92%)시키는 활약으로 총 41점을 올렸다. 공격 점유율은 무려 48.87%였다. 비록 팀은 상대 외국인 선수 파다르의 활약에 밀려 세트스코어 2-3으로 분패했으나 서재덕의 재발견은 충분한 위안거리였다.
특히 이날 후위에서 20점을 올렸고, 퀵오픈 공격의 스피드는 여전했다. 현대캐피탈 블로커들이 좀처럼 서재덕의 타점을 따라잡지 못했다. 서재덕의 V-리그 데뷔 후 최다 득점 경기이기도 했다. 종전 한 경기 최다 득점은 올 시즌 대한항공전의 37점이었다. 올 시즌 이전 경기에서는 28점이 최고였다.
한 달 사이에 30점 이상 경기를 두 차례나 했다. 물론 신장의 한계 탓에 경기 사이의 기복 문제가 불거질 수는 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지만, 적어도 팀의 에이스를 맡을 만한 충분한 기본 공격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서재덕의 분전 여부는 한국전력의 시즌 판도를 쥐고 있다. 아텀은 사실상 올해 남은 일정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이미 외국인 교체를 단행한 한국전력은 추가적인 외국인 카드도 없다. 다른 선수들의 조력도 필요하겠지만,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결정적인 순간 날아오를 선수가 필요한 법이다. 한국전력에서 이런 몫을 해야 할 선수가 바로 서재덕이다. 기본 공격력은 과시한 만큼, 이제는 꾸준함을 과시할 일이 남았다. 최후의 보루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