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을 이끌다시피했던 라건아도 210cm의 대형 센터, 아서 마족(레바논)의 높이에 우왕좌왕했다. 한국은 '마족의 성'에 영원히 갇히는 듯 했지만 겨우 탈출했다.
대한민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29일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2라운드 Window-5'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84-7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예선 전적 7승2패로 레바논을 제치고 조 2위로 올라섰다. 한국으로서는 농구월드컵 본선 직행의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원동력은 귀화선수 라건아의 골밑 존재감 덕분이었다. 라건아가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다. 라건아는 예선 6경기에서 평균 30.2점, 12.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득점 리바운드 부문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월드컵 본선 직행을 위해 한국은 E조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레바논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비록 레바논의 210cm 장신 센터 아서 마족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동안 라건아가 보여준 역량이라면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상황은 한국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과거 KBL 무대 KCC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적응 실패로 퇴출됐던 그 마족이 아니었다. 마족의 높이와 윙스팬은 라건아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1쿼터 직접 마족과 맞닥뜨린 한국은 상상 이상의 부담감에 짓눌렸다. 라건아는 마족과의 매치업에서 연거푸 밀렸다. 공수에서 라건아는 부담스러운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라건아와 함께 먼저 코트를 밟았던 오세근도 쉬운 중거리 슛 기회에서 림 조차 맞히지 못했다.
라건아와 오세근이 골밑에서 돌파구를 모색하지 못하면서 백코트진의 선수들이 좀 더 활발하게 공간을 찾아야 했지만 선수단 전체가 주눅들었다.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리바운드 상황에서도 박스아웃 협업이 필요했지만 그런 모습이 전혀 연출되지 않았다. 라건아는 전반 단 2점에 묶였다. 한국 역시 27-35로 크게 뒤졌다.
그러나 3쿼터 한국은 활로를 찾았다. 풀타임을 소화하는 마족이 라건아의 매치업 대신 페인트존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라건아의 활동 반경도 넓어졌고, 라건아는 매치업 상대가 201cm로 작은 알리 하이다르로 바뀌자 자신감을 찾았다. 라건아는 포스트업과 중거리 슛 등으로 3쿼터에만 12점을 넣었다. 결국 2쿼터 크게 뒤졌던 한국은 3쿼터 겨우 역전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되찾았다. 라건아도 부활하면서 전반에 쌓지 못한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한국은 그렇게 '마족의 성'에서 겨우 탈출했다. 그리고 월드컵 본선 진출의 9부 능선도 간신히 넘을 수 있었다. /jhrae@osen.co.kr
[사진] 부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