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박형식의 재발견이다. 아직도 박형식하면 '아기 병사'가 먼저 생각이 날 정도로, 그간 박형식은 순둥순둥하고 착한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섹시미를 장착,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 가창력, 캐릭터 표현력 등 이전보다 한층 성장한 모습은 그가 이번 '엘리자벳'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박형식은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죽음(토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그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건 2016년 공연된 뮤지컬 '삼총사' 이후 약 2년만이다.
'엘리자벳'을 쓴 미하엘 쿤체는 스위스 정부가 70년간 기밀 문서로 보관했던 엘리자벳의 일기장과 "엘리자벳이 합스부르크 왕궁에 죽음을 데려왔다"는 오스트리아의 민담에서 영감을 받아 죽음과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황후 엘리자벳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자유롭고 활달했던 엘리자벳의 어린 시절, 죽음은 나무에 올랐다가 떨어진 엘리자벳을 처음 만나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이후 평생 동안 엘리자벳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가 원하는 자유를 자신만이 줄 수 있다고 유혹한다. 엘리자벳은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지만, 자신을 꼭 닮은 아들 루돌프가 세상을 떠난 뒤에서야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암살자 루케니의 칼에 찔려 운명을 달리하는 순간, 죽음을 다시 만나 진짜 자유를 얻게 된다.

출연작마다 좋은 성과를 내며 '20대 대표 배우'로 우뚝 선 박형식이기에 뮤지컬을 차기작으로 결정 지은 건 의외의 행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엘리자벳' 속 죽음은 남자 배우들이 한번쯤은 연기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의미. 죽음은 류정한, 송창의, 신성록, 김준수, 박효신, 세븐, 전동석 등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수많은 배우들이 거쳐간 배역이다. 박형식 역시 "죽음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형식은 출연을 확정지은 후 죽음에 최적화된 연기와 발성, 가창력을 보여주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고, 이는 현재 무대 위에서 실현되고 있다. 이미 '늑대의 유혹', '삼총사', '보니앤클라이드'로 뮤지컬 배우로서도 좋은 성과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 '엘리자벳'으로 그간 본 적 없던 박형식의 또 다른 매력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 기대 이상의 섹시함이다. 몽환적 이미지를 위해 회색빛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박형식은 연기하는 내내 표정, 눈빛, 손짓 하나 하나에 섬세한 감정을 담아내며 죽음의 우아하면서도 고혹적인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여기에 고음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가창력, 상대 배우와의 케미스트리 등 2년 전보다 훨씬 성장한 박형식을 만날 수 있다.

'엘리자벳'은 2012년 초연 당시 10주 연속 티켓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총 120회에 걸쳐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제6회 더뮤지컬 어워즈'에서 12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선정, 역대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올해의 뮤지컬상을 비롯해 총 8개 부문을 석권하여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이후 1년 만에 가진 앙코르 공연에서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율 1위에 올라 4주간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97%의 경이로운 객석 점유율을 기록, 누적 관객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2015년 공연에서도 10주간 예매율 1위의 자리를 고수해 레전드 뮤지컬로 등극했다.
죽음이 6명의 '죽음의 천사들'과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는 '마지막 춤', 자유와 사랑을 갈망하는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 멸망 직전에 놓인 합스부르크 시대를 그려낸 '키치', '그림자는 길어지고' 등 서사에 깊이를 더하는 매혹적인 넘버들은 '엘리자벳'을 최고의 뮤지컬로 평가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박형식을 비롯해 옥주현, 김소현, 신영숙, 김준수, 빅스 레오, 이지훈, 박강현, 강홍석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엘리자벳'은 내년 2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parkjy@osen.co.kr
[사진] EMK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