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했던 '브랜뉴이어', 단 하나의 오점은 산이 [Oh!쎈 리뷰]
OSEN 정지원 기자
발행 2018.12.03 07: 00

'브랜뉴이어 2018' 산이의 분노와 욕설은 과연 누구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브랜뉴이어 2018'가 개최됐다. 이날 공연에는 버벌진트 옌자민 그리 칸토 이루펀트 강민희 한해 MXM 범키 산이 등 브랜뉴뮤직 대표 아티스트들과 워너원 활동 중인 브랜뉴뮤직 이대휘 박우진이 무대에 올랐다. 
약 5천여명의 관객이 운집한 이 공연에서 각 아티스트들은 대표곡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버벌진트 '시작이 좋아', 그리 '열아홉', 양다일 '고백', 한해 'N분의 1', MXM 'YAYAYA' 등의 무대에서는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이대휘 박우진은 각각 강민희, 한해의 무대에 올라 함께 열창하며 수천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찢어질 듯한 함성과 환호, 아티스트들의 명곡 퍼레이드와 열창, 훈훈한 공연 분위기는 '브랜뉴이어'를 아름답게 물들였다.

하지만 산이의 무대에서 산이는 2시간 30분동안 뜨겁게 호응한 관객에게 돌연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신곡 '페미니스트'를 통해 여혐 논란에 휘말렸던 산이의 무대에 관객이 호응하지 않고 비방이 적힌 모형을 전달하면서, 산이가 일부 여성 커뮤니티 유저들을 저격하는 영어 욕설을 남긴 뒤 퇴장했기 때문이었다. 
산이는 자신을 비방하는 글이 적힌 슬로건을 들고 있는 팬들에게 "나를 싫어하냐"고 물었고, '네'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나는 여러분을 좋아하기로 했다. 나를 왜 싫어하냐. (여러분의) 혐오를 사랑으로 즐기는 무대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며 의연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산이는 이후 비방이 적힌 모형을 받아든 뒤 "워마드 메갈은 사회악이다. 너희는 정신병이다"라고 외치며 영어로 욕설을 내뱉었다. 정상적인 여성은 지지하지만 해당 커뮤니티 유저들은 지지하지 않으며, 일부 관객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데 자신 역시 그들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분위기는 삽시간에 싸늘해졌고, 마지막 단체 무대 전까지 약 5~10분 가량 공연이 중단됐다. 이어진 단체무대에 산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수장 라이머는 "기분이 불편하신 분들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 브랜뉴뮤직 아티스트는 다 생각이 다르다. 각자 자신들의 생각, 신념, 소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산이가 '페미니스트'를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충분히 이해한다. 산이는 여성혐오에 대응하고자 일방적으로 남성혐오를 하는 일부를 저격한 것이지, 모든 여성을 적으로 돌리진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을 하기 위해 내놓은 노래 '페미니스트'는 많은 대중이 오해할 만큼 내용 전달에 실패한 것도 사실이다. 산이가 자신의 SNS에 구구절절 가사에 대한 해설을 써서 올린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산이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돌아오는 비판이나 비난 역시 산이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산이가 '브랜뉴이어'에서 벌인 일련의 행동은 경솔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수많은 아티스트가 모이고, 그들의 팬이 모이고,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많은 관중이 운집한 공연이었다. 모두가 산이의 입장을 100% 이해하고, 그의 편이 될 수 없는 공연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산이는 일부의 비방에 돌연 욕설을 내뱉으며 공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러분의) 혐오를 사랑으로 대하겠다"던 산이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무대를 떠난 산이에게 "사과해"를 연호하던 관중 앞에 등장한 브랜뉴뮤직 수장 라이머는 결국 산이 대신 사과 메시지를 전해야 했다. 밑바닥부터 브랜뉴뮤직을 일궈온 라이머에게 '브랜뉴이어'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보다 컸지만, 그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사과 인사를 전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브랜뉴이어'는 소속사 모든 아티스트들이 1년간 피땀흘린 시간을 자축하는 축제같은 공연이기도 하다. 그런 공연에서 산이의 행동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그것이었고, 함께 동고동락한 아티스트들에게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 받기 충분했다. 
산이는 앞서 자신의 SNS에 '마지막 브랜뉴 콘서트'라는 글을 올렸고, 이를 통해 계약 만료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물론 산이의 행동에 그 나름대로의 생각 있었을테지만, 일부에게는 '떠나는 마당에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거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혐오를 사랑으로 품겠다'고 말했던 산이다. 그 마음 그대로 무대를 마치고 떠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산이의 경솔한 행동이 짙은 아쉬움으로 남는 이유다. /jeewonjeo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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