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은 가셨지만 저는 남아서 전북을 지켜야죠".
'짤순이' 최철순의 이야기다.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이자 최강희 감독의 고별전을 마친 뒤 전북 원클럽맨 최철순은 눈물을 애써 참았다.
지난 2006년 전북에 입단한 최철순은 최강희 감독의 분신처럼 자라났다. 또 최철순은 입단 후 단 한번도 전북의 우승과 떨어지지 않았다. 입단 첫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던 그는 2009년 K리그 첫 우승을 차지한 현장에도 어김없이 그라운드에 있었다.

군입대를 위해 상주 상무로 옮겼던 시절을 제외하고 전북에서만 뛰었던 최철순은 복귀 후 다시 전북의 우승에 동참했다. 2014년 돌아와 전북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최철순은 현재 6회 우승으로 K리그 역대 선수 우승 공동 2위를 기록중이다.
최철순에 대한 최강희 감독의 애정은 대단하다. 좀처럼 칭찬하지 않는 최강희 감독도 최철순에 대해서는 안쓰러운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또 항상 경쟁자를 영입하면서 채찍질도 함께 했다. 올 시즌에는 김진수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최철순을 원래 포지션인 오른쪽 수비수가 아닌 왼쪽 수비수로 출전 시켰다.
하지만 큰 무리 없이 시즌을 보냈다. 최철순 홀로 온전히 해낸 것은 아니지만 전북은 올 시즌 K리그 1서 최소 실점을 기록했다. 수비 안정을 달성하는데 최철순의 역할은 대단했다.
최강희 감독은 최철순을 끊임 없이 담금질 했다. 같은 포지션인 최철순에게 항상 최선을 강조했다. 열심히 뛰는 최철순에게 기회를 부여하며 선수로 자라나기 위한 바탕도 마련해 줬다. 좀처럼 아픈 내색도 하지 않는다. 최철순이 아프다고 하면 최강희 감독은 특별한 이야기 없이 믿는다. 자신이 가진 것을 전수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는다.
최철순은 "2006년 3월 첫 데뷔전을 앞두고 감독님께서 여러가지 말씀을 해주셨다. 그 때 걱정도 많으셨다. 머리는 백지 상태였지만 그저 열심히 뛰었다. 감독님이 지시하시는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 내 축구인생에서 없어서는 안될 분"이라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의 고별전에서도 왼쪽 수비수로 출전해 풀타임 뛴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최철순은 "감독님 떠나시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남았는데..."라면서 "중국 가는 사람들만 더 크게 우는 것 같다"라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최철순의 인터뷰를 뒤에서 몰래 지켜본 최강희 감독은 웃으며 머리를 쥐어 박았다.
하지만 끝내 최철순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항상 혈기 넘치는 그는 경기장 천장을 바라보며 "감독님은 가시지만 저는 남아서 전북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