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할 수 있는 선수다” (염경엽 감독)
염경엽 SK 신임 감독은 지난 11월 말 끝난 팀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여러 선수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특히 더 그랬다. 염 감독은 “트레이 힐만 감독이 만든 팀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아직 우리 팀에는 숨어 있는 잠재력이 20% 더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 20%를 더하기 위해서는 정진기(26)와 같은 백업 선수들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진기는 팀의 큰 기대 속에 개막 중견수의 중책을 맡았으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96경기에서 타율 2할4푼4리, 3홈런, 17타점에 머물렀다. 오히려 2017년 성적보다도 못한 수치였다. 사실 정진기의 가장 큰 후견인인 힐만 감독이었다. 2군에 내리기보다는 어찌됐건 1군 경험을 쌓게 하며 ‘폭발’을 기다렸다. 힐만 감독의 의중이 워낙 강해 2군행에 대한 이야기조차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SK는 정진기에 대한 기대감을 꺾지 않고 있다. 팀의 외야 자원 중 가장 ‘가능성’이 크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서다. 박경완 수석코치는 “가장 아쉬웠던 선수”라고 정진기를 정의하면서 “파워도 있고, 발도 빠르고, 어깨도 약하지 않다. 신체적으로는 다 갖춘 선수고 성실하며 군 문제까지 해결했다. 이런 선수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5년은 그냥 주전으로 가는 것”이라며 팀의 기대치를 설명했다.
박 코치는 “앞으로 우리가 터뜨려야 할 0순위 선수”라고 강조했다. 다른 코칭스태프, 염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염 감독은 “20홈런-20도루 이상을 할 수 있는 재능”이라면서 “전체적인 가능성만 놓고 보면 노수광에 뒤질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박 코치 또한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보다는 내년에 자리를 잡고, 내후년에 정말 대폭발하는 것을 목표로 둬야 한다”고 장기 플랜을 예고했다.
정진기는 전형적인 거포는 아니지만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날렵한 유형은 아닐지 몰라도 한 번 힘이 붙은 주력도 폭발적이다. 중견수를 소화할 수 있는 어깨까지 지니고 있다. SK에서 유일한 5툴 플레이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런 장점들을 하나둘씩 살려가면 SK의 차기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다. 그 때문인지 가고시마 캠프에서는 각 분야별 코치들이 정진기에 공을 많이 들였다. 코치들도 욕심이 나는 선수다.
2군 시절부터 정진기를 지켜본 김무관 타격코치부터가 열성이다. 엉덩이가 자꾸 빠지는 단점을 수정하기 위해 애를 썼다. 일단 기본적인 방향성만 잡아두면 충분히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평가다. 외야 포구에 대한 수비 훈련도 많이 했다. 이는 심리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타격이든 수비든 어느 한 쪽에서 돌파구를 찾으면 충분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SK의 지도자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정진기의 ‘끼’다. 주눅이 들어있는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을 터뜨릴 수 없다. 때문에 염 감독부터 면담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노력에 한창이다. 정진기 또한 올해 힐만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스스로 “지옥 같은 한 해”라고 할 정도다. 그러나 아직 20대 중반의 선수다. SK는 더 기다려줄 용의가 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