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성공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이름값이나 실력으로 볼 때 성공할 것 같은 선수도 낯선 나라의 문화나 음식, 리그 성향에 의해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영입은 그래서 늘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험 있는 외국인 선수 영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대박까진 아니더라도 실패 확률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올 시즌에도 두산과 재계약에 실패한 더스틴 니퍼트가 KT에서 준수한 활약을 했다. NC에서 5년을 뛴 에릭 해커도 시즌 중반 넥센에 대체 선수로 합류한 뒤 그런대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올 겨울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경험자는 철저히 외면받는 분위기다.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선수들로 교체 또 교체하고 있다. 특히 투수가 그렇다. KBO리그 복귀를 희망하는 기존 외국인 투수들의 재취업 문도 점점 좁아져 가는 분위기다.

지난 3일까지 계약된 2019시즌 외국인 선수 18명 중 신입 선수가 14명이다. 그 중 12명이 투수다. KBO가 신입 외인 몸값을 총액 100만 달러로 제한했지만, 큰 걸림돌 없이 계약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대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부터 메이저리그 경험이 꽤 있는 선수들까지 다양하게 데려오고 있다.
한화, 삼성, KT, NC 등 4개 팀은 외국인 투수 2명을 전원 교체했다. 재계약을 해도 될 만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과감하게 새얼굴들을 찾았다. 넥센과 LG도 새얼굴을 1명씩 영입하며 외인 계약을 모두 끝냈다. SK와 KIA는 각각 앙헬 산체스, 헥터 노에시에게 재계약을 제의한 가운데 남은 한 자리를 새얼굴로 채웠다.
두산도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와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도 브룩스 레일리와 재계약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한 자리만 남아있다. 롯데는 KBO리그 경험 있는 투수도 고려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차선택일 뿐이다. 우선 순위는 새얼굴이다.
이처럼 리그 전체에 새 외인 투수 바람이 불면서 기존 투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KT 니퍼트, 라이언 피어밴드, 한화 키버스 샘슨, 데이비드 헤일, NC 왕웨이중, 삼성 릭 아델만, 넥센 해커 등이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당장 재취업이 어려운 분위기다.
새얼굴 바람 속에 재취업을 희망하는 선수들에게 좋은 예는 해커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NC와 재계약에 실패한 해커는 꾸준히 KBO리그에 자신을 어필하며 연락을 기다린 끝에 에스밀 로저스가 부상당한 넥센의 부름을 받았다. 새 외인들이 모두 성공할 순 없다. 시즌 초중반 적응 실패한 선수들이 하나둘씩 나오면 대체자로 경험 있는 선수들이 우선 순위에 오를 것이다. 그때까지 준비를 잘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waw@osen.co.kr
[사진] 니퍼트-샘슨-왕웨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