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흥미로운 외국인 투수가 등장했다. 날카로운 타격 솜씨를 갖춘 조 윌랜드(28)가 KIA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잘하면 KBO 외인 투수 첫 안타와 홈런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KIA는 지난 5일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거친 우완 투수 윌랜드와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로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 사실을 밝혔다. 메이저리그는 4시즌 12경기에만 나섰고, 2017년부터 최근 2년은 일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 몸담았다.
2017년 첫 해 21경기 10승2패 평균자책점 2.98로 활약한 윌랜드는 그러나 2년차가 된 올 시즌은 16경기 4승9패 평균자책점 4.99로 주춤했다. 요코하마와 재계약에 실패한 뒤 한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2년 전 일본 10승 투수인 만큼 헥터 노에시의 공백을 메울 것이란 기대.

투구만큼 주목받고 있는 건 방망이 실력이다. 윌랜드는 지난 2017년 요코하마에서 48타수 11안타 타율 2할2푼9리 3홈런 12타점 4볼넷을 기록했다. 올해는 타격 성적이 다소 하락했지만 33타수 6안타 타율 1할8푼2리 1홈런 2타점 3볼넷으로 투수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센트럴리그 요코하마 소속이라 등판 때마다 꾸준히 타석에 들어섰다. 2년간 홈런 4개를 터뜨린 게 인상적이다. 특히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대표팀에 발탁된 '15승 투수' 오세라 다이치(히로시마)에게만 홈런 2개를 뽑아내 일본에서도 화제였다.
KBO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기 때문에 투수가 타석에 들어설 일이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 투타겸업 '이도류'는 불가능하지만 KIA 김기태 감독은 선수 기용폭이 넓다.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야수를 모두 소모하는 등 상황에 따라 윌랜드가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일본에선 대타로 딱 1타석 나와 볼넷을 골라낸 바 있다.
역대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가 안타를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타석에 들어선 최초의 외인 투수는 2000년 SK 빅터 콜로 한 타석 나와 범타로 물러났다. 2003년 한화 레닌 피코타가 2타석에서 1타수 1삼진 희생번트를 1개 기록했다. 2004년 두산 게리 레스도 1타수 무안타.
이어 2008년 한화 브래드 토마스, 2011년 한화 오넬리 페레즈, 2012년 한화 대니 바티스타, 2013년 한화 대나 이브랜드, KIA 앤서니 르루, 2018년 KIA 헥터 노에시가 한 타석씩 출장했지만 모두 안타 없이 물러났다. 외국인 투수들의 통산 타격 성적은 10타석 9타수 무안타 6삼진.
지금까지 안타는커녕 볼넷 출루도 없었다. 일발 장타력을 갖춘 ‘거포 투수’ 윌랜드가 KBO 외인 투수 최초로 출루와 안타, 나아가 홈런까지 터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사진] 샌디에이고 시절 타격하는 윌랜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