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형사'의 신하균과 박호산이 3분 남짓한 투샷으로 나머지 60분을 압도했다.
11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나쁜 형사'에서는 송만수 사건을 둘러싸고 우태석(신하균 분)과 전춘만(박호산 분)이 극렬하게 대립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높은 곳에서 떨어져 코마 상태에 빠졌던 장형민(김건우 분)이 깨어나면서 우태석, 은선재, 장형민의 대결 구도는 심화됐다. 은선재는 장형민에게 엄마의 복수를 하겠다고 나섰고, 장형민은 우태석에게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고 경고하며 칼을 갈았다. 은선재가 배여울이라는 걸 알고 있는 우태석은 은선재의 폭주를 막았지만 "우태석씨 보고 싶을 때 마다 사람 죽여야겠네"라며 살벌한 엄포를 놨다.

배여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복역 중인 송만수의 아들 송유진(김동원 분)은 경찰 인질극을 벌이고 아버지의 석방을 요구했다. 송만수는 전춘만의 폭행으로 거짓 자백해 복역까지 하게 된 인물. 송유진은 그런 아버지를 데리고 도망치려 했지만, 전춘만은 자신의 악행이 드러날까봐 송유진의 인질 난동을 이용해 송만수에 총을 쐈다. 송만수를 13년간 복역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아들이 보는 앞에서 그를 죽이기까지 한 전춘만은 속이 후련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우태석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대치했다. 전춘만은 우태석에게 총을 겨누며 "너 누구 편이야"라며 화를 냈다. 우태석은 그런 전춘만에게 "이러려고 풀어줬어? 합법적으로 죽이려고? 당신 때문에 죄없는 사람이 13년 동안 갇혀있었다. 꼭 죽였어야 했냐"고 울부짖었다.
전춘만은 "뭔 개소리야. 난 도망가려는 송유진을 조준한 거다. 송유진을 보호하려다 송만수가 총에 맞은 거다 "라고 발뺌했다. 우태석은 "누가 봐도 상관 없었겠지. 광역대장과 맞서면서 이 일을 증언할 미친놈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 미친놈이 여기 있다"라며 전춘만이 겨눈 총에 가슴을 갖다댔다. 우태석은 전춘만에게 "나는 똑똑히 증언할 거다. 명백히 살인이었다고"라며 전춘만과 대립했다.
우태석과 전춘만의 대립은 다른 장면들을 잊게 만드는 명장면이었다. 신하균과 박호산의 팽팽한 맞대결은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서로 죽일 듯 노려보며 머리를 맞대는 두 사람의 기세는 '명연기'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신하균, 박호산이란 배우의 저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두 사람의 팽팽한 대립은 전춘만의 악랄하고 추악한 기질, 그리고 이를 세상에 밝히기 위해 '미친놈'을 자처하게 된 우태석의 고군분투를 단번에 납득하게 만들었다.
이 한 장면으로 전춘만이 그동안 어떻게 악행을 저질러왔는지 전사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장형민(김건우 분)과 결탁해 그의 탈주를 돕는 전춘만의 행동이 그리 이상하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왜 우태석이 송유진(김동원 분)을 그렇게 살리고 싶어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13년 전 송만수를 끌고 간 전춘만, 이를 방관할 수 밖에 없었던 방관자 우태석의 악연이 지금의 두 사람을 만들게 된 것이다.
우태석, 전춘만 캐릭터의 극과 극 행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대립을 극렬하고 탄탄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에 대한 정답은 신하균과 박호산의 연기력이었다. 두 사람의 연기 대결 덕분에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당위성을 얻었다. 기껏해야 3분 남짓했던 두 사람의 맞대결이 나머지 60분을 압도하고도 남은 이유다. / yjh0304@osen.co.kr
[사진] '나쁜 형사'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