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희(31)를 얕보면 큰 코 다친다.
인천 전자랜드는 1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연장전 막판 터진 박찬희의 역전슛에 힘입어 서울 삼성을 80-79로 눌렀다. 2위 전자랜드(14승 8패)는 선두 현대모비스(17승 3패)를 4.5경기 차로 추격했다. 최하위 삼성(5승 16패)은 다시 연패에 빠졌다.
평균 5.5개로 프로농구 어시스트 1위를 달리는 박찬희다. 김낙현과 출전시간을 나눠가지면서 경기당 21분 27초만 뛰고 나온 성적이라는 것이 더 놀랍다. 박찬희는 슈팅이 약점으로 꼽힌다. 올 시즌 2점슛 41.4%, 3점슛 28%, 야투율 36.5%를 기록하고 있다. 상대는 박찬희가 공을 잡으면 슛을 놔두는 수비를 펼치기도 한다. 박찬희 역시 노마크 찬스에서 슛하길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랬던 박찬희가 달라졌다. 전자랜드가 2점을 앞선 삼성전 4쿼터 막판 박찬희는 김태술에게 스틸을 당했다. 이관희의 동점 레이업슛이 터졌다. 남은 시간 10초. 박찬희는 무리하게 김태술을 밀고 슛을 던졌지만 불발됐다. 연장전 돌입.
전자랜드가 1점 뒤진 연장전 막판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박찬희는 끝내 공을 잡고 올라가 역전 점프슛을 꽂고 환호했다. 평소 이타적인 박찬희에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경기 후 박찬희에게 비화를 들었다. 유도훈 감독의 패턴지시를 무시하고 본인이 슛을 던졌다는 것. 박찬희는 “막판에 (김)태술이 형이 스틸을 했고 동점을 허용했다. ‘오늘 지겠구나’ 생각했다. 10초가 남아 감독님이 공격패턴을 주셨는데 차바위에게 그냥 ‘공을 달라’고 했다. 내가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불발됐다”면서 4쿼터 상황을 설명했다.
유도훈 감독은 작전을 무시하고 슛을 던진 박찬희에게 “너 왜 그러냐?”고 질책을 했다고. 박찬희는 “감독님이 ‘이제 정신 좀 차렸냐?’고 하셨다. 연장전에 가서 만회할 기회가 왔다. 한 번 더 해서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들어갔다”면서 웃었다.
유도훈 감독은 “찬희에게 공격을 맡기지는 않았다. 원래는 할로웨이의 백도어 컷으로 기회를 보는 패턴을 지시했었다.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둥 박찬희가 마무리를 잘했다”면서 웃었다. 박찬희의 적극성이 살아난 것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물론 이겼으니 그렇다.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 능남 유명호 감독은 카나가와현 지역예선에서 안경선배 권준호를 노마크로 놔뒀다가 역전 3점슛을 맞고 패배한다. 북산에 패한 능남은 전국대회 진출이 좌절된다. 마찬가지다. 이제 승부처에서 박찬희를 놔두다가 큰일 날 수 있다. 박찬희는 “요새 슛 욕심이 늘었다”면서 웃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