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마침내 악몽에서 깨어났다.
한국전력은 18일 홈인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의 3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2(25-23, 20-25, 25-14, 29-27, 15-9)로 승리했다. 한국전력은 17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할 수 있었다.
지독했던 연패 사슬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전력은 연달아 외인 악재가 터졌다. 시즌을 앞두고 사이먼이 팀을 떠났고, 대체 외국인 선수 아텀까지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다. 외인이 빠진 한국전력은 화력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고, 경기 후에는 고개를 숙이는 일이 일상이 됐다.

출구가 없어 보였던 한국전력의 악몽은 15연패 이후 조금씩 깨어날 조짐이 보였다. 공교롭게도 ‘실망스러운 소식’ 이후 한국전력은 더 단단하게 뭉쳤다.
15연패에 빠진 한국전력은 추가 외인 선발을 허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러나 단장 간담회 결과 외국인 선수 부재에서 오는 파급 영향력은 충분히 공감했지만, 시즌 중간에 규정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우려된다는 입장이 나왔다. 결국 한국전력은 남은 시즌 국내 선수로만 치르게 됐다.
기대했던 답은 아니었지만, 한국전력 선수들은 더욱 이를 악물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주장 서재덕의 화력은 더욱 불타올랐고, 트레이드 돼 한국전력의 일원이 된 최홍석도 조금씩 호흡을 맞추며 빛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우리카드전에서 한국전력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확실한 해결사 아가메즈가 있는 우리카드를 상대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첫 승을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경기는 내줬지만, 첫 승 열망을 재확인한 한국전력은 KB손해보험전에서 더욱 힘을 냈다. 서재덕은 공격 점유율 42.67%을 가지고 간 가운데 30득점(공격성공률 47.27%)을 올리며 외국인 선수 역할을 담당했다. 여기에 최홍석과 김인혁은 36득점을 합작하며 힘을 보탰다.
선수들의 투지도 불탔다. 서재덕은 독기를 품고 한 번이라도 공을 더 치기 위해 준비를 했고, 최홍석은 블로킹이 실패하자 땅을 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첫 승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가운데 맞은 4세트 팽팽한 공방전이 펼쳐졌고, 승자는 KB손해보험으로 돌아갔다. 듀스에 듀스를 거듭했던 만큼, 한국전력에게는 아쉬움 가득한 패배였다.
마지막 5세트 잡고 잡히는 시소게임 속에 한국전력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이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서재덕이 ‘옛동료’ 펠리페의 백어택을 블로킹 득점을 하면서 마지막 15점 째를 올리며 승리를 이끌어냈다.
선수들은 어렵게 거둔 첫 승이었던 만큼 서로를 껴안고 승리의 감격을 마음껏 누렸다.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많았던 그들이었던 만큼, 이날의 1승은 평생 잊지 못한 승리 중 하나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