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윤계상이 유해진과 함께 촬영한 소감을 전했다. 두 사람은 영화 '소수의견'(2015) 이후 두 번째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윤계상은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냥 뭐 되게 좋았다. 진짜 뿌듯한 영화였던 거 같다. 어제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유해진 형님과 영화에 대해서는 얘기 안 했고 요즘 유튜브가 핫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조선어학회의)사건에 대해 잘 몰랐는데, (MBC)‘서프라이즈’에서 봤다. 잘 몰라서 부끄럽기도 했고. 잘 몰랐는데 참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다”고 다시 한 번 영화에 임한 묵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영화의 제목인 '말모이'는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를 일컫는 말로,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영화 속에서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전국의 우리말을 모았던 비밀 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는 1940년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했던 시대의 경성을 무대로 한다.

그러면서 윤계상은 “저는 제일 중요한 게 (저만 돋보이는 게 아닌)영화인 거 같다. 배우로서 '어떤 역할을 어떻게 소화하자'는 느낌보다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를 상상하는 편인데 너무 좋았다. 복잡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유해진이라는 배우가 한다는 것에 메리트가 있었다. 제가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같이 또 한 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유해진 선배님은 통찰력이 정말 대단하시다. 형님이 한 번 뭘해도 남들과 다르다”고 칭찬했다.
윤계상이 범죄 액션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2017)로 흥행에 성공한 이후 새 작품 ‘말모이’(감독 엄유나,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더 램프(주))를 통해 스크린에 컴백했다. 내년 1월 9일 개봉하는 점을 감안하면 1년 3개월 만의 차기작 행보이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 분)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분)이 만나 한국어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정환은 친일파 아버지 류완택(송영창 분)을 부끄러워하며 독립의 길을 걷는 인물이다. 민족의 정신인 말을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 믿기에, 일제에 맞서 주시경 선생이 남긴 원고를 기초로, 목숨을 걸고 사전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한글책을 파는 책방을 운영하며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말모이’를 꾸려나간다.
정환은 전과자인 데다 까막눈인 판수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진심을 다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노력하자 비로소 판수를 받아들이고, ‘말모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영화는 시대가 드리운 비극에 굴하지 않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담았다.
윤계상은 “결국 애국심으로 버틴 거 같다. 선조들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후손들이 우리 것을 지키면서 잘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신 거 같다”면서 “저를 정환에 빗대어 생각하면 안 될 거 같았다. 선조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표현하면 될 거 같았다. 그때는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하지 않았나. 제가 류정환으로서 생각한 것은 포기를 하면 모든 것이 없어지는 위치에 있었던 인물로서, 판이 커지고 갈등이 커졌지만 (자신이 하려던 일을)놓아버리면 안 된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석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류정환이 사전을 편찬하는 작업은)제가 연기를 잡고 있는 끈과 비슷하다. 너무 잘하고 싶은데 어렵고 계속하는데 (남들의)평가에 의해 포기하고 싶진 않다. 끝까지 가보는 거 같다. 뭐가 됐든 이루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쉽진 않겠지만(웃음)”이라고 말했다.
조선어학회 류정환 대표를 연기한 윤계상은 전작 ‘범죄도시'에서의 극악무도함을 말끔하게 지우고 이성적이지만 인간적인 내면을 가진 유학파 출신 엘리트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