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윤계상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보다 영화 전체가 더 관객들에게 돋보이길 추구한다고 밝혔다.
윤계상은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저는 저보다 영화가 더 돋보이길 원한다. 제일 중요한 게 영화인 거 같다”라며 “배우로서 어떤 역할을 어떻게 소화하자는 생각보다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를 먼저 상상하는 편이다. 제가 엄청나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다. 복잡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흥행을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길 원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하지만 ‘말모이’의 촬영 중반까지 너무 힘들어서 제가 못 모르고 달려 들었나 싶었다. 류정환이라는 역할이, 매력보다 진정성으로 다가가야 하는데, 제가 가진 진정성으로는 안 되겠더라. 저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그게 잘 안 돼서 너무 고민하고 힘들었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정환이 포기할 만한데 어떤 힘으로 버티는 지, '이 정도로 힘들면 타협을 하지 않았겠나?' 싶었다. 그런 것들을 가진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힘들었다”고 캐릭터를 표현한 것에 어려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윤계상은 애국심으로 버텼다고 했다. “결국 애국심으로 버틴 거 같다. 그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후손들이 우리 것을 잘 지키면서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신 거 같다. 저를 빗대어 생각하면 안 될 거 같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며 표현하면 될 거 같았다”며 “(일제강점기)그때는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했다. 제가 류정환으로서 생각한 것은, 포기를 하면 모든 것이 없어지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란 사실이다. 처음에는 애국적인 마음으로 들어 갔겠지만 생각보다 판이 커지고 갈등이 커지면서 자신이 놓아 버리면 안 된다는 마음에 일을 해나간 거 같다”고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운계상은 “제가 연기를 잡고 있는 끈과 비슷하다. 너무 잘하고 싶은데 어렵고 계속하는데 평가에 의해 포기하고 싶진 않다. 끝까지 가보는 거 같다. 뭐가 됐든 이루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쉽진 않겠지만(웃음)”이라고 덧붙였다.

윤계상이 범죄 액션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2017)로 흥행에 성공한 이후 새 작품 ‘말모이’(감독 엄유나,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더 램프(주))를 통해 스크린에 컴백했다. 내년 1월 9일 개봉하는 점을 감안하면 1년 3개월 만의 차기작 행보이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 분)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분)이 만나 한국어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정환은 친일파 아버지 류완택(송영창 분)을 부끄러워하며 독립의 길을 걷는 인물이다. 민족의 정신인 말을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 믿기에, 일제에 맞서 주시경 선생이 남긴 원고를 기초로, 목숨을 걸고 사전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한글책을 파는 책방을 운영하며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말모이’를 꾸려나간다. “처음에는 감독님과 유연하게 가려고 했다. 근데 정환의 이야기가 저만의 말로써 표현이 안 되더라. 감정을 노출할 수 있는 지점이 없어서 힘들었다. 너무 딱딱해서 부러질 거 같은 인물이지 않나. 중간에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과 친해진다는 전사(전)가 없는 인물이다. 그래서 더 어려웠던 거 같다”고 했다.
정환은 전과자인 데다 까막눈인 판수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진심을 다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노력하자 비로소 판수를 받아들이고, ‘말모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영화는 시대가 드리운 비극에 굴하지 않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담았다.
조선어학회 류정환 대표를 연기한 윤계상은 전작 ‘범죄도시'에서의 극악무도함을 말끔하게 지우고 이성적이지만 인간적인 내면을 가진 유학파 출신 엘리트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1999년 그룹 god로 데뷔한 윤계상은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을 통해 2004년 본격적으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사랑에 미치다’(2007) ‘트리플’(2009) ‘로드 넘버원’(2010) ‘최고의 사랑’(2011)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라스트’(2015) ‘굿와이프’(206) 등의 드라마, ‘발레 교습소’(2004) ‘6년째 연애중’(2008) ‘비스티 보이즈’(2008) ‘풍산개’(2011) ‘레드카펫’(2014) ‘소수의견’(2015) ‘극적인 하룻밤’(2015) ’죽여주는 여자’(2016) ‘범죄도시’(2017)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특히 올해는 god의 데뷔 20주년을 맞아 서울, 부산, 대구에서 기념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인터뷰④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