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에 이어) 배우 윤계상이 그룹 god를 소재로 한 음악영화가 탄생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해 웃음을 남겼다. 농담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럼에도 그룹 멤버들을 향한 애정 가득한 마음은 진심으로 다가왔다.
윤계상은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가 (god 무대의)안무를 정말 안 까먹는 스타일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정말 힘들었다. 안무가 생각이 안 나더라(웃음)”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어찌됐든 저는 god 멤버들이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는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god로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god는 데뷔 20주년을 맞아 서울, 부산, 대구에서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1999년 그룹 god로 데뷔한 윤계상은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을 통해 2004년 본격적으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사랑에 미치다’(2007) ‘트리플’(2009) ‘로드 넘버원’(2010) ‘최고의 사랑’(2011)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라스트’(2015) ‘굿와이프’(206) 등의 드라마, ‘발레 교습소’(2004) ‘6년째 연애중’(2008) ‘비스티 보이즈’(2008) ‘풍산개’(2011) ‘레드카펫’(2014) ‘소수의견’(2015) ‘극적인 하룻밤’(2015) ’죽여주는 여자’(2016) ‘범죄도시’(2017)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윤계상이 범죄 액션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2017)로 흥행에 성공한 이후 새 작품 ‘말모이’(감독 엄유나,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더 램프(주))를 통해 스크린에 컴백했다. 내년 1월 9일 개봉하는 점을 감안하면 1년 3개월 만의 차기작 행보이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 분)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분)이 만나 한국어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정환은 친일파 아버지 류완택(송영창 분)을 부끄러워하며 독립의 길을 걷는 인물이다. 민족의 정신인 말을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 믿기에, 일제에 맞서 주시경 선생이 남긴 원고를 기초로, 목숨을 걸고 사전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한글책을 파는 책방을 운영하며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말모이’를 꾸려나간다.
“저는 '민들레 대사' 신이 버거웠다(웃음). 저는 그 부분에서 (구어체가 아닌)문어체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감독님에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는 '정환이 정면승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류정환이 말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1부터 100까지 단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생각한 대로 말이 나오는 사람'이라고. 그 대사가 조선어학회를 관통하는 말이라서 스무 테이크 정도 갔다. 근데 좋았던 거 같다."
이어 윤계상은 "저는 (민들래 대사가)정환이의 모습이기도 하고, 그때 그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의 뼈 아픈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그 대사를)가만히 듣고 있으면 되게 속상하다. 한글을 가르치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 독립은 우리나라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친일파로 전향하시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말을 잃어간다는 게 되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정환은 전과자인 데다 까막눈인 판수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진심을 다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노력하자 비로소 판수를 받아들이고, ‘말모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영화는 시대가 드리운 비극에 굴하지 않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담았다. 조선어학회 류정환 대표를 연기한 윤계상은 전작 ‘범죄도시'에서의 극악무도함을 말끔하게 지우고 이성적이지만 인간적인 내면을 가진 유학파 출신 엘리트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윤계상은 “‘범죄도시’는 선물이었다. 단비 같은 영화다. 지금은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인생(속 성공)이라는 게 스치듯 여겨야 할 거 같다. 머물러 있으면 안 될 거 같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기 보다 잊고 빨리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좋은 거 같다. 하지만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이렇게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며 여유가 생긴 거 같다”는 마음을 전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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