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전력으로 처음해본다. 궁금하다.”
19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 고양 오리온의 3라운드 맞대결. KT 서동철 감독과 오리온 추일승 감독의 공통된 관심사는 대릴 먼로의 첫 맞대결이 어떤 결과를 낼 지였다. 오리온은 그동안 에이스인 대릴 먼로 없이 KT와 2경기를 치렀고, 모두 패했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먼로가 처음으로 KT전에 뛴다. 정상적인 전력으로 처음해보는 것인데 궁금하다”고 말했다. KT 서동철 감독 역시 “처음으로 제대로 붙는 것 같다. 먼로가 외국인 같지 않은 특이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빅맨들과 다르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오리온의 완전체 전력과 KT가 처음 만나는 셈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KT의 전력이 온전치 않았다. 허훈은 여전히 부상에 신음하고 있고, 데이빗 로건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8주 진단을 받고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KT는 2쿼터 종료 직전, 트레이드 이후 제 몫을 해주고 있던 포인트가드 김윤태마저 점프 이후 착지과정에서 왼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해 코트를 떠났다. KT는 주전급 가드 3명이 빠진 채 이날 경기를 치러야 했다.

김윤태가 부상으로 빠지기 전까지 경기는 KT가 다소 앞서는 흐름이었다. 김윤태의 조율과 양홍석의 압박, 랜드리와 김영환의 노련미까지 합쳐지면서 먼로의 오리온을 앞서갔다. 이날만큼은 오리온의 장기인 먼로에서 파생되는 공격 패턴이 다소 흔들렸다. 추일승 감독이 귀띔한 최진수의 양홍석 전담마크 전략도 생각만큼 효율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윤태가 부상에서 빠진 뒤 경기 양상은 조금씩 변했다. KT는 김명진이 대신 투입됐지만 공격에서 윤활유가 사라진 듯 뻑뻑했다. 랜드리가 어느 정도 커버를 했고 김영환도 경기 운영 능력을 발휘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사이 오리온은 먼로와 제이슨 시거스의 활약으로 격차를 좁혔다. 특히 KT가 전열을 정비하기 전 얼리 오펜스를 활용해 KT와 격차를 좁혀나가기 시작했다.
3쿼터는 다시 KT의 흐름. 장기인 외곽포가 폭발했다. 랜드리와 김민욱 등의 외곽포가 터졌고 양홍석이 저돌적인 공격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4쿼터가 되자 오리온은 먼로를 중심으로 뭉쳤고, 최진수도 특유의 저돌적인 면과 외곽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경기를 풀어갔고, 경기 종료 3분 여를 남기고는 역전까지 성공시켰다.
하지만 KT의 집념이 결국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랜드리가 경기 막판 대부분의 공격을 책임졌는데, 여의치 않았다. 다만, 공격 리바운드 집중력에서 앞서면서 넘어갈 수 있는 흐름을 차단했다. 오리온은 먼로의 1대1 공격으로 막판 역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치열한 접전은 경기 종료 1.3초를 남기고 결판이 났다. 먼로의 페이드어웨이가 실패하면서 90-90의 경기. 여기서 KT는 10여 초를 남기고 머뭇거렸다. 오리온은 강하게 압박했다. 오리온의 압박이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 1.3초를 남기고 하프라인 부근에서 고전하던 김민욱에게 오리온 김강선이 파울을 범했다. 결국 팀 파울 상황에서 김민욱이 자유투 2개 중 1개를 성공시켜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완전체 오리온도 다시 한 번 KT에 무릎을 꿇었고, KT는 부상병들이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천신만고 끝에 91-90 승리를 따냈다. /jhrae@osen.co.kr

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