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가 연일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와중에 내년 시즌 KBO리그 데뷔를 앞둔 신인들의 선행 릴레이가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아직 프로 데뷔도 하지 않은 선수들이지만 오히려 선배 선수들이 이들을 보고 배워야 할 것 같다.
야구계는 시즌을 마친 후에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학주(삼성), 강민국(KT), 임지열(넥센)의 음주운전이 뒤늦게 밝혀진 가운데 승부조작범 이태양(전 NC)의 폭로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여기에 KBO 사내 성추행 사건, 이택근(넥센)의 3년 전 문우람(전 넥센) 폭행 사건까지 연일 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와중에 내년 시즌 데뷔할 신인 선수들의 선행이 하나둘씩 알려지고 있다. 선배 선수들이 저지른 잘못을 신인 선수들이 덮어주는 모양새다.

이택근이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19일, 한화 신인 투수 정이황(부산고)의 선행이 알려졌다. 지난 16일 부산 집에서 가까운 해운대 근처로 바람을 쐬러 나간 정이황은 방파제에 빠진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구조대를 불렀다.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대화를 하며 놀란 여성을 안심시켰다.
정이황의 빠른 신고와 후속 조치로 여성은 크게 다치지 않고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정이황은 “누구나 그 상황에서 당연하게 할 일이다. 알려질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구단이나 주변에 이야가하지 않았다. 이렇게 알려지게 돼 쑥스럽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넥센에 1차 지명을 받은 투수 박주성(경기고)도 최근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이 됐다. 13년 전 얼굴, 어깨, 목에 2~3도 화상을 입은 박주성은 지금도 어깨에 아픈 흔적이 남아있다. 화상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넥센 입단 후 받은 계약금 일부를 자신이 치료받은 화상센터에 기부했다.
박주성은 병원에서 ‘리카’라는 12세 인도네시아 소년을 만났다. 한국 의사들이 인도네시아에 의료 봉사를 갔다 만난 리카는 화상이 심한 상태였지만 치료를 받을 형편이 안 돼 한국으로 왔다. 사연을 들은 박주성이 자신의 첫 급여인 계약금 일부를 보탰고, 덕분에 리카도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었다.
LG에 1차 지명된 투수 이정용(동아대)은 아낌없는 기부로 귀감이 됐다. 자산이 태어나고 자란 서울 구로구에 500만원, 모교 영일초등학교에 1000만원을 기부하더니 동아대에도 2000만원의 학교 발전 기금을 기부했다. 2억원 계약금을 받았지만 3500만원이란 큰 금액을 기부하며 나눔 정신을 실천했다.
마음씨 따뜻한 신인들의 선행 릴레이가 멍든 야구계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waw@osen.co.kr

[사진] 정이황(위)-박주성(중간)-이정용(아래). /한화 이글스, SNS 캡처,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