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모이’의 엄유나 감독이 유해진을 염두하고 탄생시킨 캐릭터인 만큼 유해진은 이 영화에서 차지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소화했다.
유해진은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엄유나 감독이 내가 말맛을 잘 살릴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유해진은 극 중 감옥소를 밥 먹듯 드나들다 조선어학회 사환이 된 까막눈 김판수를 연기한다. 남매를 키우는 홀아비로 까막눈이지만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와 허세를 지닌 인물. 극장 기도로 일하다 잘린 후, 아들의 밀린 월사금을 구하기 위해 감옥소 동기인 조선생(김홍파)의 소개로 자존심 굽히고 조선어학회의 사환으로 취직한다.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데 까막눈이 주인공이라는 신선한 설정은 모든 장면에 재미를 불어넣으면서도 여운 진한 감동을 남기는 유해진만의 매력과 연기력으로만 가능했다. 그는 자신만의 표현력을 더한 ‘유해진 다운’ 매력의 ‘김판수’로 분해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한다.

앞서 엄유나 감독은 김판수 역으로 유해진을 염두하고 썼다고 밝혔다. 유해진은 “감독이 내가 말맛을 잘 살릴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언어, 한글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라. 내가 생각났다고 하더라”라며 “까막눈이라고 해서 그럴 수 있는 얼굴이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해진은 까막눈 김판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감탄을 자아내는데 “어렸을 때 청주 살았는데 까막눈이 많았다. 그런 분들이 많았어서 힌트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동네 아저씨가 있었다. 목공소 아저씨였는데 많이 생각나더라. 침 뱉고 욕을 달고 살고 매사 불만이 있었다. 매일 그런 모습이었다. ‘저렇게 늙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판수도 무능력하고 자기 마음대로하고 몰상식한 부분이 있는데 그 분이 떠오르더라”고 했다.
유해진은 이 영화에서 추격신 등 몸을 쓰는 연기가 많은데 “다른 영화에 비해 몸을 쓴다고 볼 수 없다. ‘럭키’ 때만 해도 폐공장에서 일주일 동안 액션만 했다. 뛰는 걸 좋아하는데 뛰는 액션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했다.
‘말모이’가 우리말을 담은 영화인만큼 유해진은 현장에서 일본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그는 “현장에서도 일본 용어를 안 쓰려고 했다. 영화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일본 용어들이 있는데 현장에서 안 쓰려고 노력했다. ‘말모이’ 촬영할 때는 신경 썼다”고 밝혔다.
한편 ‘말모이’는 2019년 1월 9일 개봉한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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