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 유해진 “까막눈 캐릭터? 어울리는 얼굴이지 않나”(종합)[Oh커피 한잔]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8.12.20 13: 46

배우 유해진은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에서 까막눈 캐릭터 김판수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로 감탄을 자아낸다. 엄유나 감독이 김판수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로 유해진을 염두하고 썼다는 말이 당연했다.
유해진은 극 중 감옥소를 밥 먹듯 드나들다 조선어학회 사환이 된 까막눈 김판수를 연기한다. 남매를 키우는 홀아비로 까막눈이지만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와 허세를 지닌 인물. 극장 기도로 일하다 잘린 후, 아들의 밀린 월사금을 구하기 위해 감옥소 동기인 조선생(김홍파)의 소개로 자존심 굽히고 조선어학회의 사환으로 취직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가 가방을 훔치려다 실패한 류정환(윤계상 분)을 만나고, 사사건건 쌍심지를 켜는 그와 부딪히게 된다. 사십 평생 처음으로 ‘가나다라’를 배우면서 정환과 동지가 되고, 마침내 ‘말모이’ 작업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하게 되는 김판수의 변화와 성장의 과정은 배우 유해진의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 관객들을 매료시킬 듯하다.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데 까막눈이 주인공이라는 신선한 설정은 모든 장면에 재미를 불어넣으면서도 여운 진한 감동을 남기는 유해진만의 매력과 연기력으로만 가능했다. 그는 자신만의 표현력을 더한 ‘유해진 다운’ 매력의 김판수로 분해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한다. 
앞서 엄유나 감독은 김판수 역으로 유해진을 염두하고 썼다고 밝혔다. 유해진은 “감독이 내가 말맛을 잘 살릴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언어, 한글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라. 내가 생각났다고 하더라”라며 “까막눈이라고 해서 그럴 수 있는 얼굴이지 않나”며 웃었다.
유해진은 까막눈 김판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감탄을 자아내는데 “어렸을 때 청주 살았는데 까막눈이 많았다. 그런 분들이 많았어서 힌트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동네 아저씨가 있었다. 목공소 아저씨였는데 많이 생각나더라. 침 뱉고 욕을 달고 살고 매사 불만이 있었다. 매일 그런 모습이었다. ‘저렇게 늙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판수도 무능력하고 자기 마음대로하고 몰상식한 부분이 있는데 그 분이 떠오르더라”고 했다.
유해진은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감독과 ‘택시운전사’로 연이 있다. 계속 나를 두고 썼다고 하더라. 계속 그런 말을 하길래 관심 있게 읽었다. '택시운전사'가 워낙 좋았어서 궁금했는데 읽어보니까 역시 다소 교육적이나 그래도 필요성이 있는 것 같아서 출연했다. ‘추격자’ 스크립터를 했다고 하더라. 김윤석이 어느 자리에서 봤는데 정말 반가워하더라. 감독에게서 뚝배기 같은 뚝심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감독이 옆에서 항상 주문받는 것처럼 내가 얘기하지 않는 이상 본인을 낮추면서, 심지 굳게 영화하고 많이 닮았다”며 “인연만으로는 영화를 할 수는 없다. 내가 선택하지 않고서도 좋은 주인이 있을 수 있는 거니까. 인연이 아무래도 윤계상과도 인연이지 않나. 과거 인연이 있기 때문에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꼭 이야기해야 하는 것뿐 아니라 스토리가 재미있더라. 잘하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적인 것 같다’, ‘필요하다’는 것만으로 할 수 없다. 극적으로 재미가 느껴지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해진은 ‘말모이’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작품에 잘 녹아든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것 같다. 나한테 또 다른 모습이 나오겠냐. 작품에 충실할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카멜레온도 아니지 않나.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기보다는 거북하지 않게 잘 녹아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대한민국에 있는 분들은 나를 많이 봐왔고 익숙할 것 같은데 색다른 모습이라기보다는 ‘이 얘기도 재미있구나'’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겉도는 거 아냐?’라는 것보다 잘 녹아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윤계상에 대해서는 “윤계상이 ‘말모이’도 힘들게 했다. 자신에게 도전 같은 영화라고 했다. 현장에서 볼 때도 욕심내고, 감정을 숨겨야 하는 인물이라 연기가 쉽지 않다. 윤계상이 ‘소수의견’ 때도 잘했지만 ‘소수의견’ 때보다 깊어진 느낌이 들었다”며 “개인적으로 그때보다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계상이라는 친구가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윤계상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윤계상은 최근 JTBC ‘같이 걸을까’ 촬영에서 god 멤버들과 산티아고를 갔다왔는데 유해진은 “윤계상이 특히 산티아고를 잘 갔다 온 것 같다. 거기를 참 잘 갔다 왔다. 깊이가 생긴 느낌이 왠지 든다. 요즘 계속 윤계상이 그렇게 보인다”고 했다. /kangsj@osen.co.kr
[사진]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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