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23년차 크라잉넛 "일본에는 300년 된 가게도 있다"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8.12.21 14: 31

[OSEN=김관명기자] 영원히 젊다는 말, 바로 크라잉넛 이야기다. 올해 23년차 왕고참 밴드인데도 이들은 여전히 미래를 꿈꾼다. 지난 10월에 발표한 정규 8집 제목도 ‘리모델링’이다. “나이도 들었지만 앞으로도 더 잘 해보자”는 의미란다. 지난 15일에는 서울에서 일본 밴드 도베르만과 합동공연을 갖기도 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 밴드인 크라잉넛을 만났다. 지난해 9월 싱글 ‘운좋게도’ 발매 기념 인터뷰 때는 이상면(기타)이 개인사정으로 불참했지만 이번에는 쌍둥이 동생 이상혁(드럼)을 비롯해 한경록(베이스), 박윤식(보컬), 김인수(키보드) 등 멤버 모두가 참석했다. 인터뷰는 15일 공연 이전에 이뤄졌다. 
= 지난해 보고 1년이 지났다. 한경록씨는 지난해 10월 솔로 1집 ‘캡틴락’을 내서 한번 더 만났고. 근황부터 들려달라. 

(한경록) “1년 동안 ‘리모델링’을 기획하고 준비했다. 콘서트(10월27일 8집 발매기념)도 성황리에 마쳤다. 8집 수록곡 전부를 포함해 29곡을 선보였다. 기존 팬들도 좋아해주시고, 새로운 팬들도 생겼다.”
(이상면) “레코딩과 관련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했다(웃음). 레코딩과 장비 만지는 일이 취미라서 장비 업그레이드도 했다. 이상혁과는 유닛 ‘트윈크랭스’ 활동도 했다. 현재 새로운 노래를 구상 중이다.”
(이상혁) “올 한 해는 진짜 녹음 위주로 활동했다. 11월에는 일본 밴드 몽골800 초대로 그들이 주최한 페스티벌 참석차 오키나와에 다녀왔고, 얼마 전에는 김창완 선배님과 술자리를 겸한 단합대회를 가졌다.”(크라잉넛은 2008년 몽골800과 아시안락버스 투어를 함께 했다)
(김인수) “오키나와에 잘 다녀왔다. 지금은 (12월15일 롤링홀에서 열린) 도베르만과의 합동공연 ‘도크쇼’를 준비하고 있다. 브라스 스카밴드인데 안 지 꽤 됐다. 나이대도 생각도 비슷하고, 술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저희가 흥이 많은데 이 친구들도 에너지가 좋다. 특히 매 공연 때마다 우리의 ‘마시자’(5집 수록곡)를 꼭 마지막곡으로 부르더라. 노래도 한국말로 한다.”
(박윤식)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반년 동안 녹음만 했다. 비디오도 몇편 찍고, 공연도 준비하고. 얼렁뚱땅 12월이 됐다.”
= 지난해 만났을 때 정규 8집을 3월에 낸다고 하지 않았나.
#. 크라잉넛의 정규 앨범 발매 연도는 다음과 같다. 
= 1집 말달리자 : 1998년 6월
= 2집 서커스 매직 유랑단 : 1999년 11월
= 3집 하수연가 : 2001년 6월
= 4집 고물라디오 : 2002년 12월
= 5집 OK 목장의 젖소 : 2006년 7월
= 6집 불편한 파티 : 2009년 8월
= 7집 Flaming Nuts : 2013년 6월
= 8집 리모델링 : 2018년 10월
(김인수) “2년 전에도 ‘내년 3월에 낸다’고 그랬다(웃음). 저희 말 믿지 말라. 공연 공지만 믿어달라(웃음).”
(이상혁) “앨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에 점점 늦어졌다.”
(이상면) “밀린 숙제를 열심히 한 느낌이었다.”
= 8집 재킷이 현란하다.
(이상혁) “인스타그램을 보니까 그림이 귀여운 분이 있더라. 아는 밴드 포스터 작업을 많이 하신 ‘OHAMKiNG’이라는 작가분인데, 간단히 저희 아이디어를 알려드리고 작업을 부탁했다. 너무 잘 해주셨다. 로켓은 새 출발을 의미하는 것 같다.”
(김인수) “로켓이 뭔가 현실을 뚫는 듯한 느낌이 있다. 대기권을 뚫듯이.”
= 8집을 전부 들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스피드한 ‘리모델링’, 크라잉넛스러운 ‘내 인생 마지막 토요일’, 왁자지껄한 ‘잘생겨서 죄송합니다’, 묵직한 신시사이저가 인상적인 ‘망상’이 좋았다. 곡 설명을 부탁드린다.(이후 해당 곡의 작사작곡을 맡은 멤버가 직접 설명에 나섰다) 
#. 1번 구닥다리 멜로디(이상혁 작사작곡) = 모든 유행가나 패션은 시간이 지나면 구닥다리가 된다. 지금의 유행만 좇기보다는 옛날 유행했던 그 때 마음을, 그 때 진심을 잊지 않고 싶다는 내용을 담았다. 옛사랑에 빗대서 드라마처럼 쓰고 싶었다.
#. 2번 리모델링(캡틴락 작사작곡) = 짧고 심플한 노래다. 집에서 술이 덜 깬 상태에서 흥얼거리다 만들게 됐다. 아직도 철딱서니 없이 늘 망가지며 살지만, 그래서 견적도 안나오겠지만, 그런 내 인생을 리모델링을 해보고 싶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에는 건배로 끝난다. 아직 정신 못차렸다(웃음).
#. 3번 내 인생 마지막 토요일(김인수 작사작곡) = 2년 정도 걸려 완성한 노래다. 주변의 단골집들이 없어지고 친구들도 떠나가는 그런 상황에서 제가 가졌던 감정을 담고 싶었다. 오늘 술 먹으면 내일은 조금 좋아지겠지 하는 그런 심정. 
= ‘불금’이라고, 보통 술은 금요일에 많이 마시지 않나. 
(김인수) “그래도 토요일 아닌가. 아직도 토요일에 못쉬는 사람들도 많고. 게다가 콘서트는 대개 토요일에 잡는다. 금요일에 잡으면 밤9시는 돼야 사람들이 온다(웃음). 뮤지션한테는 토요일이 황금 같은 요일이다.”
#. 4번 길고양이(캡틴락 작사작곡) = 지금 시작하는 드럼은 고양이의 스텝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 비오는 뒷골목, 다른 퇴근하는 어두운 시간, 길고양이들이 비를 맞고 초라하게 걸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자유롭게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본다. 이런 내용이다. 길고양이들은 음악하는 로큰롤러일 수도 있고, 예술가들일 수도 있다. 이 곡은 일부러 자극적으로 쓰지 않았다. 
#. 5번 잘생겨서 죄송합니다(김인수 작사작곡) = 아무말대잔치처럼 썼다.
= 누가 불렀나. 
(한경록) “제가 불렀다. 속죄의 마음, 고해성사의 마음으로 불렀다(웃음).”
#. 6번 심장의 노래(이상혁 작사작곡) = 우리에게도 공연이 줄었을 때, 겨울이 추웠을 때가 있었다. 그 때 이 노래를 비장한 심장으로 썼다. 다시 헤쳐나갈 우리, 힘을 내자, 이런 의미다. 공교롭게도 당시 (박)윤식 애기가 심장수술을 받았다.
#. 7번 이방인(캡틴락 작사작곡) = 홍대에서 음악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풀어봤다. 세상이 너무 변했다. 우리는 한 자리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데 세상은 빨리 변하더라. 비록 우리가 주인이었던 적은 없었지만, 관광객과 주변인들이 오히려 주인행세를 해서 우리가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 8번 토요일 밤(캡틴락 작사작곡) = 심각한 노래는 아니고 놀 때는 아무 걱정 없이 놀자, 이런 노래다. 
#. 9번 똥이 밀려와(이상혁 작사작곡) = 멜로디는 군대 있을 때 썼다. 노래 자체가 말랑말랑한 스타일이라 가사까지 말랑하면 정말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에잇, 똥이나 싸자’ 그러면서 만들었다. 본격 쾌변송이다(웃음).
#. 10번 망상(이상혁 작사작곡) = 제 와이프 지인이 공방하는 작가분인데, 집에 안좋은 일이 생기고 악재가 겹치는 와중에도 창작품을 계속해서 내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 싶었다. 인형 색칠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런 행복한 느낌이 인형에서 드러났다. 아무리 힘든 작업이라도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 11번 우리들은 걷는다(이상면 작사작곡) = 습작하는 것처럼 가사를 쓰고 만들었다. 
#. 12번 운좋게도 2018 리믹스(이상혁 작사작곡) = 보통은 믹싱을 이상면이 하는데, 당시(2017년 7월 싱글 ‘운좋게도’ 발매 당시) 컴퓨터가 고장이 나 (다른 사람에게 맡겼더니) 의도치 않은 사운드가 나왔다. 그래서 녹음된 게 있으니 믹싱을 이상면이 해보자, 해서 나온 것이다. 
= 아, 그런데 왜 8집 타이틀을 ‘리모델링’이라고 지었나. 
(이상혁) “나이도 좀 되고, 앞으로도 더 잘 해보자는 의미다. 싹 갈어엎지는 못하지만, 각자 장점을 살리면서 좀더 튼튼하고 현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하자, 이런 의미다.”
(이상면) “일본 여행을 가면 한 건물에서 상점이 300년 이상 운영된다. 또 그런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건물주도 내쫓지 않고. 이런 것도 모티프가 된 것 같다.”
= 몇 곡을 같이 들어보자. 12곡 중 멤버들이 직접 4곡을 꼽는다면?
(한경록) “우선 ‘내인생 마지막 토요일’이다. 일단 신난다. (김)인수 형은 범아시아적인 분위기라는데 저는 한국적인 느낌이 있다. 리듬도 (이)상혁이 재미있게 사용했다. 이 노래 역시 크라잉넛의 매력이 담겨있다. 합창 많이 나오고, 멤버들 다 들어가고. 그런 게 저희 색깔이 아닐까 싶다.”
(이상혁) “‘심장의 노래’다. 시타르, 백파이프, 덜시머, 류트 같은 (흔히 사용되지 않는) 악기들이 들어가다. 덜시머는 유럽이나 중동에서 많이 쓰는 악기인데, 무릎에 놓고 요만한 막대기로 친다. 중동이나 유럽쪽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이상면) “4분 지나서 덜시머 소리가 많이 나온다. 믹싱하는데 고생은 했지만 새로운 경험이 됐다.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여튼 노래가 좋다.”
(한경록) “색다른 시도였다. 안해봤던 장르 같다.”
(이상면) “다음 곡을 꼽자면 ‘우리들은 걷는다’다. 제 스타일이 (매사를) 오히려 완벽하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약간 틀리고 모자른 게 섞여있으면 사람들이 더 궁금해 한다. 딱딱 맞는 노래도 히트하겠지만 조금 루즈한 노래가 좋은 것 같다.”
(한경록) “콘서트 때도 이 곡을 연주할 때가 좋았다. 빠져들어서 연주했다. 마지막곡은 ‘길고양이’다. 믹싱을 잘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악기 소리가 다 들린다. 지금 들어보니 기타 솔로는 길고양이 울음소리를 표현한 것 같다. 한땀 한땀 그린 뮤직비디오도 많은 분들이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상면) “녹음과 믹싱에서 비싼 플러그인 장비를 다 빼고 기본 베이스로만 했다. 이펙터도 다 빼고 컴퓨터 이퀼라이저만 조정했는데 그게 제일 좋았다.”
= 노래와 코멘터리 모두 잘 들었다. 9집은 언제 나오나.
(박윤식) “내년 3월에 내겠다(웃음).”
(한경록) “지금 8집이 탄력 받았는데 정규를 바로 내는 것은 여운이 가시기 전까지는 무리다. 앞으로도 매년 싱글을 2개 이상 내지 않을까 싶다. 2년 뒤면 25주년이다. 그 때 되면 저희끼리 크라잉넛을 되돌아볼 것이다.”
= 수고하셨다.
(크라잉넛) “수고하셨다. 9집 때 또 만나자.”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드럭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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