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 "승엽이형처럼 멋지게 떠나고 싶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8.12.21 16: 31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12월은 힐링 타임이다. 2월 1일 스프링 캠프를 시작으로 11월까지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과 마무리 캠프까지 소화하느라 편히 쉴 기간이 마땅치 않아서다. 개인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다.
박한이(삼성)는 21일 OSEN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즌 내내 빵점 남편이자 빵점 아빠였는데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딸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한이는 정규 시즌 타율 2할8푼4리(342타수 97안타) 10홈런 43타점 47득점을 기록했다. 그에게 올 시즌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5강 진출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는데 너무 아쉽다. 마지막까지 경쟁을 하다가 떨어졌으니 그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는 게 박한이의 말이다. 다음은 박한이와의 일문일답. 

-올 시즌을 되돌아본다면. 
▲5강 진출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는데 너무 아쉽다. 마지막까지 경쟁을 하다가 떨어졌으니 그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개인 성적만 놓고 봤을때 지난해보다 나아진 모습이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 시즌이기도 한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개인 성적을 먼저 생각했다면 3할 타율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첫째도 둘째도 팀 성적을 생각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 2년 연속 9위에 그쳤는데 정규 시즌 6위로 마감했으니 다음 시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고 본다. 
-올 시즌 최고의 순간은 언제인가. 
▲(7월 21,22일 대구 한화전)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를 쳤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득점권 타율은 2할8푼9리로 다소 낮은 편이다. 
▲나도 아쉽다. 올 시즌의 경우 (강)민호와 내가 서로를 너무 믿었다고 해야 할까. 나는 '내가 못쳐도 민호가 해주겠지' 하는 생각을 했고 민호는 '내가 못치더라도 한이형이 치겠지' 하는 생각을 해서 그런가. (웃음) 어떻게 보면 편안하게 마음을 비우고 하면 되는데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욕심이 과해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세 번째 FA 자격을 획득했으나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특별히 다른 팀에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다른 팀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면 이전에 갔을 것이다. 한 팀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뛰다가 은퇴하고 싶은 바람이다. 삼성에서 뛰면서 야구를 할 수 있었고 많은 기록도 나올 수 있었다. 야구를 오래 하지 못하고 그만둔 선수도 많지 않나. 지금 난 야구를 하고 있다. 고마운 구단이다. 난 삼성이 정말 좋다.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 계획이 궁금하다. 
▲다음주부터 개인 훈련을 시작할 생각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모 병원에서 부상 방지 위주의 훈련을 소화한 게 큰 도움이 됐는데 올해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1월 중순에 오키나와에 들어가서 기술 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착한이',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등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정말 감사드린다. 가끔씩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주실때면 기쁘면서도 뭉클해진다. 한편으로는 나도 이제 은퇴할 시기가 됐구나 싶기도 하다. 올 시즌 '오래봐요 박한이'라는 응원 문구를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지금껏 봤던 응원 메시지 가운데 가장 와닿았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은퇴 시점에 대한 생각도 해봤을 것 같은데. 
▲언제가 됐든 아름답게 떠나고 싶다. 너무 구차하게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실력이 안된다면 미련없이 떠날 생각이다. 나도 (이)승엽이형처럼 멋지게 떠나고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젊은 선수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이면 KBO리그 최고령 선수가 된다. 
▲2001년 데뷔 후 어느덧 이 자리에 오게 됐다. 선배님들께서 많은 가르침을 해주신 덕분에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야구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한 번씩 옛 추억이 떠오를때도 많다. 정말 감사드린다. 
-세월이 흐르면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한두 명씩 떠날때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그렇다. 예전에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은퇴하거나 타 구단으로 이적하게 돼 말벗이 많이 줄어들었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야구장 안팎에서 맏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 팀내 최고참이다보니 선수들이 많이 어려워한다. 편하게 다가와줬으면 좋겠다. 다들 형 또는 형님이 아닌 선배님이라고 하니까 너무 불편하다. 우리 후배들이 이 기사를 본다면 내게 선배님 대신 형 또는 형님이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선배님 그러니까 너무 거리감이 느껴진다. 
-다음 시즌에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다면. 
▲무조건 가을 야구 진출이다. 어느덧 가을 야구를 경험한 선수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다 보니 가을 야구가 어떤 느낌인지 모를거다. 올 시즌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면 생각이 달라졌을테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목표가 생겼을텐데 그게 많이 아쉽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단 한 번도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는데 5강에 진출하게 된다면 우리만의 잔치가 아닌 대구 전체의 축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그리고 프런트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좀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타율 3할 100안타를 꼭 달성하고 싶다. 은퇴 전에 한 번은 기록하고 떠나야 하지 않을까.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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