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축구 스타일은 상대가 누구여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후방부터 볼을 소유해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아랍에미리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토트넘), 이청용(보훔),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희찬(함부르크),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현지서 합류하는 8명을 제외하고 17명이 한 데 모여 코칭스태프와 함께 결전지로 향했다.
벤투호는 아부다비에 훈련캠프를 차린 뒤 이듬해 1월 6일 개막하는 2019 AFC 아시안컵을 준비할 계획이다. 새해 첫 날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가진 뒤 7일 필리핀과 대회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필리핀, 중국, 키르기스스탄과 함께 C조에 편성됐다.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다. 기나긴 겨울잠을 자던 한국 축구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부활 기지개를 켰다. 여섯 차례 A매치 평가전서 3승 3무의 가시적 성과를 냈다. 벤투 감독은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유지했다. 내용에 결과까지 얻었으니 금상첨화였다.
벤투 감독은 상대의 밀집수비 해법에 대한 질문에도 핵심 키워드로 ‘스타일 유지’를 꼽았다. "첫 번째로 우리의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스타일을 유지한 채 상대에 맞춰 전술을 짜야 한다. 모든 경기서 최대한 공격적으로 하고 싶다.”
벤투 감독이 그리는 이상적인 축구는 후방 빌드업을 중시하며 지배하는 축구다. 벤투 감독은 지난 13일 2018 KFA(대한축구협회) 컨퍼런스서 "전체적인 틀은 상대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며 "우리는 매력적인 축구, 즐길 수 있는 축구, 리딩하며 지배하는 축구라는 큰 철학 속에서 경기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긍정적인 건 벤투 감독의 확고한 철학이 말뿐이 아닌 그라운드 안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의 첫 부름을 받고 10일간 울산 동계훈련에 임했던 김진수(전북)는 벤투 감독의 축구를 이렇게 평가했다. "경기를 지배하고 볼을 소유하면서 공수 밸런스를 유지해 득점까지 연결한다."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은 어떤 상대를 만나도 ‘티키타카’ 색깔을 유지하며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와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서 전무후무한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 금자탑을 쌓았다. 레스터 시티는 약점을 최소화하고 강점을 최대화시킨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동화 같은 우승 스토리를 써냈다.
뚜렷한 색채를 지닌 벤투호에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벤투 감독의 확고한 축구 철학이 한국을 반 세기 만의 아시안컵 정상으로 이끌지 궁금하다./dolyng@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