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인물의 감정을 숨기거나 폭발시키는 등 어느 한 극단으로 능수능란하고, 절제감 있게 표현할 줄 아는 배우는 많지 않다.
‘역시 송강호’라는 감탄사는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도 통한다. 혼자서 러닝타임 139분을 이끌며, 다른 캐릭터들이 이두삼을 받쳐줬기에, 극을 압도한다. 국민배우 송강호가 이두삼 캐릭터를 맡아 진폭이 큰 열연을 선보인 것이다.
송강호가 자신의 몸을 혹사할수록 관객들의 즐거움도 컸던 전력에 비추어볼 때 ‘마약왕’을 기대하기 충분하다. 관객들은 영화 속의 송강호가 미친 듯이 뛰고 달리는, 혹은 서럽게 우는 장면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송강호는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마약은 제가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세계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필요했다.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지점은 없지 않았다”고 했다. 참고한 레퍼런스가 전무했다는 그는 “사실 미국 등 서양에서는 이런 마약 소재의 영화가 흔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다. 자료는 있지만 대부분 활자화 됐기 때문에 딜레마는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내공 깊은 연기력을 발휘해 송강호만의 이두삼을 만들었다. “(그동안 어디선가)본대로 캐릭터에 접근하면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없지 않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된 모습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던 것도 아니었다”면서 “저는 이두삼이라는 인물의 삶에 집중했다. 창조된 인물이지만, 사실에 기반해 만들어졌기에 거짓은 아니다”라고 인물을 해석하고 중점을 둔 지점을 설명했다.

다양한 캐릭터로서 사랑 받아온 송강호가 1970년대 아시아를 제패한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을 연기했다.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변신을 감행했다고 말 할 수 있다. 이에 그는 “이두삼이 다혈질이지만 호탕한 모습에서 즐거움을 느꼈다”고 인물을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송강호는 ‘마약왕’에서 부산의 하급 밀수업자에서 아시아 최대 마약왕으로 거듭난 이두삼 역을 맡았다. 시집 보낼 여동생과 아내, 딸을 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보살피는 모습부터 마약 사업에서 성공하고 돈과 권력을 거머쥔 인물의 광기를 오갔다. 송강호하면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느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영화에서는 코믹한 모습과 광기의 카리스마를 동시에 드러냈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끝나야 하는데 이번 영화는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저희들의 입장에서는 결말의 방식이 새롭다. 일반적인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 스타일을 관객들이 좋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저는 우민호 감독이 이런 도전을 했다는 것에 대해 박수 쳐주고 싶다”고 결말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냈다.
송강호는 디테일한 연기에서 강점을 드러내는데 감정표현이 세밀해서 뜨겁게 달아오르는 연기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10여년 간의 필모를 보면 소시민 캐릭터가 많지만 일부러 그런 선택을 한 건 아니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신난 건, 저의 속에 있던 모습이 담겨서다. 그래서 왠지 보시는 관객들도 반가워 하실 거 같다. ‘살인의 추억’에서 연기했던 모습들이 떠올라 반가워 하지 않을까 싶다(웃음).”/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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