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예능인 기근” 2년 후…’대상’ 이영자로 본 ‘예능 女風’의 의미 [Oh!쎈 이슈]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12.23 18: 47

방송인 이영자가 데뷔 27년 만에 대상을 품에 안았다. KBS에서는 최초의 여성 대상 주인공이었고, 올해 유일한 여성 후보였다. 물론, 이영자가 여자라서 대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여성 대상 수상자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불과 2년 전까지 ‘여성 예능인’ 기근에 시달린 예능계에서 이영자의 대상 수상은 ‘큰 사건’일 수 밖에 없다.
지난 22일 2018 KBS 연예대상에서는 이영자가 ‘안녕하세요’로 대상을 거머쥐며 KBS 최초 여성 예능인 대상 타이틀을 품에 안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영자는 데뷔 27년 만에 예능인 최고의 무대인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품에 안았다. 오래 걸렸지만, 그는 마침내 해냈다.
이영자는 대상 수상을 한 후, “웃기고, 뭉클하고, 감사하다”며 대상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제가 오늘 대표로 이 상을 받았지만 내가 잘해서만 이 상을 받은 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동료들을 떠올렸다. 그는 ‘안녕하세요’를 위해 카메라 뒤에서 열심히 뛰어준 스태프들, 8년간 자신을 밀고 이끌어준 신동엽, 컬투에 대상의 공을 돌렸다. 

그런 이영자의 대상 수상은 그의 절친한 후배인 송은이, 김숙에게도 경사였다. 김숙은 이영자의 대상 지지 연설에 사서 “30년 동안 대상을 한 번도 타지 못했다는 것에 놀랐다”며 이영자의 존재감에 비해 그가 상복이 없었음을 전했다. 또한 김숙은 이영자가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1995년 자신에게 “숙아, 뭐 씹을 것은 없니?”라며 말을 걸어준 것을 기억하며, “이제는 언니에게 대상을 건네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영자는 이렇듯, 후배들에게는 먼저 손을 내미는 선배로, 동료들에게는 “애증”의 관계처럼 때로는 힘이 되고, 때로는 채찍질을 해주는 선의의 경쟁자였다. 그런 이영자의 대상 수상은 많은 연예인들에게 큰 울림이 됐다. 송은이는 SNS를 통해 “대상은 언니가 받고 영광은 동생들이 받았다”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그의 경사는 곧 여성 연예인들의 ‘희망’이었다. 
일각에서는 이영자 대상 수상 앞에 ‘여성 연예인’이나 ‘여풍’이라는 단어를 붙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여성’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이영자의 수상 본연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우려도 있고, 괜한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2015, 2016년의 예능계 키워드가 ‘여성 연예인 기근’이라는 것을 돌이켜보자. 여성 연예인이 설 자리가 없어 깊은 고민에 빠졌던 예능계에, 이영자는 대상이란 쾌거로 답을 제시한 것이다.
예능계는 오랫동안 남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무대였다. KBS의 최초 여성 대상 수상자가 2018년에 나왔고,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로 오른 박나래가 8년 만에 여성 대상 후보자가 됐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영자, 송은이, 김숙, 박나래, 장도연 등 여러 여성 연예인들이 전성기를 맞이한 것도 2017년쯤부터였다. 지난해에 진입해서야 예능계의 성비는 조금씩 균형을 맞춰가기 시작한 것이다. 
송은이는 이를 캐릭터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2016년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서 송은이는 ‘여성 예능인의 기근’ 현상에 대해 “남녀가 섞여서 팀을 만들면 어쩔 수 없이 역할적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여성 멤버로만 구성된 프로로 나설 수도 없었다.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가 여성 멤버로만 구성됐을 때, 많은 관계자들은 이를 “모험”이라고 불렀다. 아직까지 여성 연예인들로만 구성된 프로가 ‘비주류’로 분류되는 증거였다.
여성 연예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날개는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 송은이가 기획한 셀럽파이브가 대박을 내고, 김숙과 송은이, 이영자, 최화정이 중심이 된 ‘밥블레스유’가 화제가 됐다. 그리고 이영자는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비고, 박나래는 MBC 간판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의 중심이 됐다. 여성 연예인들이 신선한 캐릭터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스스로 기획하며 ‘기근’을 뚫은 것이다.
그런 여성 연예인들의 부단한 노력이 2018년 예능계 최대 키워드인 ‘예능 여풍’을 만들게 됐다. 한동안 무대가 없어 힘들었던 여성 예능인들은 이제 이영자의 대상을 통해 다시금 각광 받는 ‘무기’가 된 셈이다. 과연 이런 여성 연예인들의 활약이 2019년에도 빛을 발해 ‘여풍’이란 단어를 ‘과거의 단어’로 만들 수 있을까. / yjh0304@osen.co.kr
[사진] OSEN DB, KB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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