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준비하는 김주성, “내 이름 버릴 각오 돼 있다”(일문일답)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12.25 18: 37

유니폽을 벗은 김주성(40)이 꿈꾸는 지도자는 어떤 모습일까.
원주 DB는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개최된 ‘2018-2019시즌 SKT 5GX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연장전에서 전주 KCC를 84-81로 물리쳤다. 이날 원주에서 성탄절을 맞아 김주성의 은퇴식까지 열렸다. 정장을 차려입은 김주성은 관중석에서 어색하게 후배들의 승리를 바라봤다.
프로농구 대표선수였던 김주성은 이제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으로 연수를 떠난 김주성은 학생신분으로 돌아가 학업과 연수에 전념하고 있다. 은퇴식을 위해 일시귀국한 김주성이 취재진과 만났다.

- 오늘 울었나?
▲ 아니다. 하하. 사인하느라 비행기 타고 와서 (눈이) 그렇다. 잠을 못 잤다.
- 은퇴하는 소감?
▲ 오늘 경기가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 중간에 (리드가) 바뀌어 긴장했다.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했다. 하하. 다행히 후배들이 이겼다. 후배들에게 고맙다. 은퇴식을 열어준 구단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 근황은?
▲ 캘리포니아 얼바인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농구도 보러 다녔다. 정착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정신없이 지냈다. 1년 단위로 생각하고 있다. (연수가) 더 될 수도 있다. 내가 적응하는 것을 봐서 하겠다. 아이들은 더 적응을 잘하더라.
- 선수단 무게중심이 후배들에게 넘어갔는데?
▲ 내가 뛰면 더 잘할 텐데... 농담이다. (윤)호영이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김)태홍이가 궂은일을 잘해주고 있다. 나머지 선수들이 지난 시즌처럼 잘해주고 있다. 그런 노력들이 승수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경기 잘 챙겨보지 못하지만 이 친구들이 어떻게 했을지 짐작이 갔다. 우리 팀 선수들에게 좋은 시기다. 박빙의 경기를 접하기 쉽지 않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 후반기에 더 잘 될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은?
▲ 다시 미국에 나가서 하던 공부를 계속 한다.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더 배우고 싶다. 다양한 연습과정을 두루 보고 싶다. 코치생활도 길게 했으면 한다.
- 이상범 감독이 ‘선수시절 이름을 잊어라’고 조언했다.
▲ 선수 때부터 항상 기록은 신경 쓰지 않았다. 운동을 하면서 선수들과 항상 했던 이야기가 벤치에 있는 친구나 어린 친구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후배들이 호통도 치고 조언도 하고 좋은 이야기도 해줬다. 충분히 (내 이름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그런 것을 머릿속에 주입하겠다.
- 미국생활은 어떤가?
▲ 금방 적응했다. 너무 잘 쉬고 있다. 경기처럼 긴박한 상황이 일상생활에서는 없으니까 아쉽다. 영어를 배우면서 긴장하고 있다. 공부를 안 하다 하니까 처음부터 시작하고 있다. 두려움을 안고 갔는데 재미를 느낀다. 미국대학에서 농구부가 운동하는 것을 직접 보니까 새롭게 느껴진다. 보는 과정이 재미있다.
- 미국에서 일과는?
▲ 오전에 네 시간 학교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팀 훈련을 본다. 미국팀은 훈련을 세 시간 이상 하더라. 너무 많이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정말 파이팅 있게 훈련했다. 연습 때 에너지를 다 연습하더라. 그것이 경기상태가 좋아지는 비결이었다. 캘리포니아 쪽 대학을 많이 보고 있다. 가서 부딪쳤다.
- 영구결번이 된 기분은?
▲ 그 때는 뭉클했다. ‘진짜 끝이구나!’ 했다. 영광스럽게 이 체육관에 영원히 남을 번호가 새겨지니 뿌듯했다. 허재 감독님 번호 옆에 붙여달라고 했다.
-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 선수들에게 좋고, 팬들에게 이기는 농구를 보여주고 싶다. 힘들 것이다. 아직까지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생각하고 있다. 여러 감독님들 작전을 생각하면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내가 가야할 길을 찾는 과정이다.
- 한 평생 농구를 했는데 또 지도자도 하고 싶나?
▲ 26년 정도 농구를 했다. 지도자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어떤 선수와 팀을 키워낼지 기대된다. 항상 도전하겠다.
- 오늘 갑자기 3점슛을 보여줬는데?
▲ 말년에 3점슛을 쏘면서 재미있었다. 어렸을 때 농구를 똑같이 하고 싶지 않았다. 기술 하나를 더 배워서 써먹으려고 했다. 3점슛도 준비를 했던 것이다. 후배들에게도 도움을 많이 구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
- 선수생활 때 아쉬운 것이 있다면?
▲ 팬들에게 퍼포먼스를 못 보여줘서 아쉽다. 1000블록슛 할 때는 다른 팀 어웨이 경기라 아쉬웠다. 왜 웃지 않았을까 아쉽다. 내 자신을 컨트롤하려 표정을 어둡게 했다. 그것이 팬들에게 아쉽다. 그렇게 해야 팬들도 많이 찾아와주실 것이다. 후배들이 그런 것도 많이 하고 있다. 잘해주고 있다. 난 즐기지 못했다. 후배들이 즐기면서 농구하도록 하고 싶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원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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