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의 투구 패턴은 다시 한 번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가 갖고 있는 구종들의 가치, 특히 커브의 가치를 생각하면 또 다른 변화가 진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MLB.com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2018시즌 다저스 투수들 최고의 투구’ 다섯 장면을 선정해 보도했는데 류현진의 월드시리즈 2차전 선발 등판의 한 장면이 최고의 투구 중 한 장면으로 꼽혔다. 지난 10월 25일 미국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1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좌타자 앤드류 베닌텐디를 상대로 2B2S에서 74.6마일 짜리 커브로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이 장면을 MLB.com은 3위에 올려놓았다.
올 시즌 류현진은 팔색조 투구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주름잡았다. 올 시즌 ‘스탯캐스트’에 기록된 류현진의 구종은 7개. ‘이퓨스(아리랑볼)’로 기록된 1개의 공을 제외하면 포심(31.2%), 커터(24.7%), 체인지업(18.6%), 커브(17.9%) 싱커(6%), 슬라이더(1.5%)를 구사했다. 어깨 부상 전력이 무색할 정도로 전성기에 버금가는 피칭을 선보였다. 사타구니 부상으로 3달 넘게 결장한 것이 다소 아쉬웠다.

류현진의 투구 패턴의 다양화와 성장을 이끈 구종은 커터였다. 올 시즌 포심과 함께 변형 패스트볼인 커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타자들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느 정도 투구 패턴이 파악된 뒤에도 커터의 활용도는 줄지 않았고 커터와 포심 두 가지 패스트볼로 패턴의 다양화를 이끄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다가올 시즌, 류현진의 변화와 성장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볼 수 있는 구종은 커터가 아닐 수도 있다. 류현진의 커터는 활용도와 체감에 비해 다소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커터 피안타율은 2할7푼4리였고, 피장타율도 0.452로 높았다. 류현진의 구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 기대가중출루율(xwOBA)도 0.309로 정상급 수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기록으로 나타난 류현진의 가장 효과적이었던 구종은 커브였다. 커브의 피안타율은 2할1푼6리로 낮았다. 그리고 xwOBA는 모든 구종 가운데 가장 낮은 0.189의 수치를 기록했다. 투구의 비중 등을 감안해도 류현진의 커브가 지닌 가치는 그리 낮지 않다는 것. 애런 놀라(0.182), 찰리 모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이상 0.198) 등 커브를 주 무기로 활용한 선수들에 뒤쳐지지 않았다. 클레이튼 커쇼의 기록은 0.244.
실제로 류현진은 커브의 비중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체인지업 25.4%, 커브 15.7%였다면, 올해는 체인지업(18.6%)과 커브(17.9%)의 비중이 비슷했다. 포심과 슬라이더의 보완책으로 커터를 택했고, 체인지업과 함께 위닝샷으로 쓸 수 있는 구종으로 커브를 택한 것. 커브의 삼진 비중은 29.4%로 체인지업(27.4%), 커터(23.3%)를 앞섰다. 헛스윙 비율도 27.7%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발사각, 타구 속도, 배럴 타구 등을 끊임없이 연구하며 '더 높게 더 멀리' 타구를 보내는데 혈안이다. 투수들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하나씩 꺼내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하이 패스트볼로 발사각을 최소화하고, 커브로 배럴 타구를 줄이고 있다. 다른 변화구들은 횡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배트의 궤적과 선상에 맞닿을 수 있기에 대응이 용이하다. 커브는 종적인 움직임으로 타자들이 ‘점’으로 대응해야 한다. 상하의 차이로 인해 배럴 타구 생산을 어렵게 만드는 구종이 커브다. 이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저스틴 벌랜더, 찰리 모튼, 랜스 매컬러스 주니어, 게릿 콜 등 강력한 커브를 던지는 투수들을 만들어내며 현대야구 타격 트렌드에 대적할 수 있는 투수진을 만들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다저스 최고의 투구 다섯 장면 가운데 1위 워커 뷸러의 99마일 포심을 제외하면 모든 구종이 커브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올 시즌 남긴 기록들, 그리고 트렌드를 생각하면 류현진은 커브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투수로 변모할 수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고 내년 프리에이전트 재수를 노리는 류현진이 대박을 향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