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 더 벙커'는 신선한 소재와 놀랍고 다채로운 시각 효과를 바탕으로, 러닝 타임 내내 심장이 뛰고,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단순히 관람에서 그치지 않고 '체험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다.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는 국적도 명예도 없이 전쟁도 비즈니스라 여기는 글로벌 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의 캡틴 에이헵(하정우 분)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지하 30M 비밀 벙커에 투입돼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 분)와 함께 펼치는 리얼타임 생존 액션 작품이다.
김병우 감독은 지난 2013년 첫 장편 상업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선보여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누적관객수도 560만 명을 동원하며 일약 흥행 감독으로 떠올랐다. 다시 한번 하정우와 의기투합한 김병우 감독은 지난 5년간 'PMC: 더 벙커'를 준비했다.

이번 영화의 최초 아이디어는 하정우가 제안했다. "DMZ 지하에 지상과 데칼코마니 같은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소재를 제안했고, 벙커 공간에 매료된 감독이 3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해 촬영을 거쳐 영화까지 나오게 됐다.

'PMC: 더 벙커'는 한국 영화 최초로 글로벌 군사기업(PMC)을 소재로 다뤘다. 다국적 불법체류자로 구성된 PMC '블랙리저드'의 비밀 작전은 미국 대통령 선거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중국, 북한과도 관련 있다.
이들이 위험한 CIA 작전을 받아들인 이유는 오직 거액의 돈과 미국 시민권 때문이다. 흔히 군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애국심과 전우애가 아닌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을 다루면서,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유발하는 점이 흥미롭다.
빠르게 돌아가는 미국, 중국, 북한 등 각 나라의 정치적 상황은 뉴스를 통해 보여준다.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이 중간중간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는데,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이 장면을 보면서 정치적인 배경을 이해하게 된다. 긴 설명 없이도 이해를 돕는 효과적인 장면이고,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PMC: 더 벙커'는 다채로운 시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영화다. 단순히 보는 영화에서 끝나지 않고, '체험의 영화'라는 점이 기존 한국 영화와 다른 점이다.
김병우 감독은 영화의 대부분을 핸드헬드로 촬영해 화면이 흔들리는 편이고, POV(1인칭 앵글)캠과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블랙리저드 크루들의 헬멧에 각각 POV캠을 장착해 대원들의 시점으로 관객들이 현장에서 직접 액션에 참여하는 듯한 생생함을 전할 수 있도록 했다.
핸드헬드 촬영은 일부 관객들이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박진감 넘치는 내용과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실제 VR 체험을 하는 듯한 리얼한 사운드와 화면 구도 및 편집 등은 압도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핸드헬드가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며, 동시에 영화 속 시간은 리얼 타임으로 흘러가 보는 사람의 긴장감을 더욱 높인다.

하정우와 이선균은 'PMC: 더 벙커'에서 첫 연기 호흡을 맞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장면이 적다는 것. 그럼에도 촬영이 없는 날에는 함께 합을 맞추며 '브로 케미스트리'를 완성했다.
또한, 극 중 캡틴 에이헵과 윤지의는 거리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교신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랜선 케미스트리'도 볼 수 있다. 서로를 이름 대신 '남조선'과 '북한'으로 부르는 것도 웃음 포인트다.
하정우는 액션에 영어 대사도 소화했는데, 중요한 것은 영어 대사 암기보다 그 안에 감정까지 넣어야 했다. "물리적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는 그는 외국인 배우들과도 잘 어우러지며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하정우가 대사의 80%를 영어로 소화했을 정도로 초반 1시간은 외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보헤미안 랩소디'가 870만을 돌파하고, '마블민국'('마블+대한민국'을 더한 애칭)의 나라가 아닌가. 영화를 즐기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더 테러 라이브' '터널'을 통해 '1인 고립 연기 장인'으로 거듭난 하정우는 이번에도 지하 벙커에 갇힌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실감 나게 보여주고, 이선균 역시 북한 의사로 분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얼굴을 드러낸다.
후반부 대미를 장식하는 하정우의 낙하산 액션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를 연상케 한다. 그 장면만 따로 떼어내 보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충분히 서사를 쌓기 때문에 이해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2시간 이내에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잘 정리해 담았다면 그것도 상업영화의 큰 장점이다. 최근 쓸데없이 길어지는 영화들에 지쳤다면, 군더더기 없는 'PMC: 더 벙커'는 더욱더 반가울 만한 작품이다.
'PMC: 더 벙커', 러닝 타임 124분, 15세 이상 관람가, 26일 개봉./hsjss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