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3월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에 첫 발을 내딛은 오승환(36・콜로라도)이 한 꼬마 소년에게 카드를 내밀어 사인을 요청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유명 인사로 알려진 꼬마 소년은 조시아 비에라.
당시 12살이던 소년은 키 70cm, 체중 7kg에 불과할 만큼 왜소했다. 첫 생일에 유전 질환인 ‘허친슨-길포드 프로제리아’라는 이름의 조로증을 진단받았다. 400만분의 1로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질병 중 하나로 평균 수명은 8년에서 13년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환은 지난 2016년 5월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잊지 못할 팬으로 비에라를 꼽으며 “스프링캠프 때 만나 받은 사인을 간직하고 있다. 11살이지만 신체 나이는 100살이 넘는다고 한다. 전세계에 약 50명의 아이들이 조로증과 싸우고 있다는데 오랫동안 건강하길 바란다”고 애틋한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2년 반 전 오승환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었던 이 소년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1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비에라의 남다른 야구 사랑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널리 알린 ‘ESPN’이 26일 비에라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조로증은 조기 노화를 일으키는 병으로 정상인에 비해 체격이 작고, 피부에 주름이 많다. 얼굴만 보면 노인이다. 희귀병에도 불구하고 비에라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야구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6살이 된 2010년 리틀야구를 시작했다. 그의 사연이 알려진 뒤 1000명의 관중들이 찾아올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무릎과 발목 관절염으로 10살 때 리틀야구를 그만뒀다. 그때 세인트루이스 산하 상위 싱글A 스테이트 칼리지 스파이크스가 2013년 비에라를 초청했고,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야구와 인연을 이어갔다. 2014년 팀의 명예 벤치코치로 활동하며 스파이크스의 뉴욕펜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2015년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스포츠맨 정신을 기리는 ‘굿가이상’ 수상자로 비에라를 선정했다. 비에라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야구카드가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스파이크스는 2016년에도 우승을 차지했고, 비에나는 2017년 3월 플로리다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 트레이닝 장에서 우승 반지를 받았다.
하지만 끝내 희귀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크리스마스에 14세 짧은 생을 마감했다. 비에라에게 풋볼을 가르친 펜실베이니아주 풋볼대표팀 제임스 프랭클린 코치는 “비에라는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즐겁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매일 경기장에서 그와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영광이었다.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고 소년의 명복을 빌었다. /waw@osen.co.kr
[사진] 오승환 인스타그램 캡처.